유하룡 부동산팀장

"1, 2, 3… 827… 828"

지난 4일 오후 8시(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옛 버즈 두바이) 빌딩 앞 야외무대. 초대형 전광판을 통해 1부터 시작된 숫자가 '828'에서 멈추자 숨을 죽이고 있던 수천명의 관람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쳤다. 막판까지 숨겨왔던 세계 최고층 건물의 높이가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두바이의 꿈'으로 불리는 부르즈 칼리파는 이날 화려한 개장식을 갖고 전 세계에 위대한 탄생을 알렸다. 채무상환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도 이날만은 VIP석에서 모든 근심을 잊은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부르즈 칼리파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다. 지금 같은 경제 위기에 건물이 다 들어찰 수 있겠느냐는 우려와 모든 초고층 건물이 처음엔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엔 대부분 성공했다는 낙관론이 그것이다. 10여개의 초고층 빌딩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에도 부르즈 칼리파의 운명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역대 세계 최고층 빌딩들은 완공과 함께 그 나라 경제가 추락하는‘마천루의 저주’에 시달렸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왼쪽)과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역시 그런 사례였다.

아파트값 반토막… 입주율 75% 머물듯

'오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개장했지만, 가장 꽉 들어찬 건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일 부르즈 칼리파의 운명을 이렇게 예견했다. 블룸버그는 부르즈 칼리파의 입주율은 올 연말까지 75% 선에 머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지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 같은 시기에 어떤 기업이 그렇게 사치스런 사무실을 빌리겠느냐"고 지적했다. 부르즈 칼리파는 피트니스센터, 전망대 등 고급 커뮤니티시설을 대거 갖추고 있다. 문제는 관리비. 1㎡당 800~900디르함(약 25만1000원~28만2000원)으로 주변 다른 빌딩(180~200디르함)의 4배가 넘는다.

부르즈 칼리파의 개발사인 에마르(Emaar)의 모하메드 알라바르 회장은 최근 "부르즈 칼리파는 약 90%가 팔렸다. 이미 수익을 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한 두바이 일대 아파트와 사무실 가격은 1년 전보다 50% 이상 떨어졌고,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르즈 칼리파의 아파트 가격은 2008년 최고치(1㎡당 2만7000달러)에서 반 토막난 상황이다. 월스리트저널(WSJ)은 "두바이의 부동산 가격은 연말까지 30%쯤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역시 "이 건물의 아파트 900채는 3년 전 거품이 가장 컸을 때 다 팔렸지만 대부분 투자 목적이어서 거주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부르즈 칼리파’가 지난 4일(현지시각) 화려한 개장식을 가졌다. 그러나 이 건물은 올 연말까지 공실률이 25%에 달할 것으로 보여‘속 빈 강정’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천루의 저주' 이번에도…

부르즈 칼리파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가 이번에도 들어맞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란 하늘로 치솟는 초고층 빌딩이 완공되면 그 나라 경제가 추락한다는 것. 1999년 도이치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렌스가 과거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주창한 가설이다. 1930년과 1931년 뉴욕에 크라이슬러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세워질 무렵 뉴욕증시는 대폭락을 기록하면서 세계 경제 대공황이 진행됐다. 1970년대 중반엔 뉴욕에 세계무역센터(WTC)가, 시카고엔 시어스타워가 각각 완공됐지만 곧이어 오일 쇼크에 따른 경제난이 불어 닥쳤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타워가 완공된 1998년엔 아시아 전체가 외환 위기로 휘청거렸다.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을 눈앞에 둔 작년 말 두바이에는 금융 위기란 대재앙이 몰아닥쳤다.

초고층 건물을 지은 개발사도 저주에 시달렸다. 영국 런던 카나리워프에 유럽 최고층 빌딩을 지은 부동산회사 O&Y는 부도를 냈고,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20년간 개발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초고층 빌딩이 애물단지가 되는 이유는 비싼 몸값 때문이다. 100층 이상을 지으려면 각종 첨단기술에 특수 자재가 사용돼 건축비가 2~3배 더 든다. 유지 관리비가 비싸다 보니 임대료도 높아 완공 후 몇 년간 텅 비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일각에선 초고층 빌딩이 결국엔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페트로나스타워는 1998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세계적 관광명소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타이베이 101도 완공 후 3년 동안 높은 공실률에 시달렸지만 최근엔 빈 사무실이 거의 없다는 것.

고려대 김상대 교수는 "2조~3조원하는 초고층 빌딩 때문에 한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대부분 초고층 빌딩이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보면 제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여전히 가장 안전한 투자"
[블로그] 대한민국이 피운 사막의 꽃 '부르즈 칼리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