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역전 3점슛처럼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골대를 휘청거리게 하는 덩크슛의 호쾌함도 없다. 하지만 자유투(free throw)는 농구의 '보이지 않는 승부수'다. 성공해도 1점일 뿐이지만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팬뿐 아니라 선수들도 못 느끼는 사이에 어느새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자유투다.
KBL(한국농구연맹) 2009~10시즌에서 자유투 득점 30위권 이내 선수 중 최고의 성공률을 기록 중인 선수는 KT의 조성민이다. 그는 86개의 자유투를 던져 79개를 림에 꽂아 91.9%의 성공률을 기록, 최고 수준의 자유투 달인 기준인 '90%대'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동부의 마퀸 챈들러가 88.8%(152개 중 135개 성공)로 2위, 정영삼(전자랜드·84.7%) 백인선(LG·83.7%) 이광재(동부·83.1%)가 그 뒤를 이었다.
역대 KBL 최고의 자유투 슈터는 추승균(KCC)이다. 추승균은 자유투 역대 최다 성공 30위 내 선수 중 86.7%(1636개 중 1418개)로 최고 성공률을 자랑했다. 자유투 역대 최다 성공 1위는 서장훈(전자랜드·1893개)이다.
■자유투는 '심장'으로 던진다
올 시즌 자유투 성공률 2위인 챈들러는 지난해 12월 20일 모비스전에서 69―72로 뒤진 4쿼터 막판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며 역전 희망을 날려보냈다. 자유투는 말 그대로 골대에서 4.57m 떨어진 라인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던지는 슛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름난 슈터도 10개 중 2~3개는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6차례 자유투 성공률 1위에 오른 추승균은 "데뷔 초반에는 접전 상황이나 관중의 야유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몸이 흔들렸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실패했다"며 "자유투 라인에 설 때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했다. 추승균은 "연습을 하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신이 있어 이젠 그 긴장감을 즐길 정도가 됐다"고 했다.
■자유투에는 버릇이 있다
최희암 전 전자랜드 감독은 "움직이는 상태에서 밸런스를 잡고 쏘는 야투에 익숙한 선수도 정지된 상태에서 쏘는 자유투를 던질 때 오히려 슛 거리와 감을 잡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대부분 선수는 일정한 예비동작을 통해 감을 끌어올린다. 추승균은 자유투를 던질 때 공을 세 번만 튀기고 항상 공의 같은 부분을 잡는다. 대부분 선수가 추승균처럼 공을 바닥에 몇 차례 튀기면서 집중력을 끌어올리지만, 슛 쏘기 직전 동작은 천차만별이다. 자유투 성공률 역대 3위인 문경은(SK)은 "슛이 길고 스핀이 강해 평범하게 쏘면 짧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일부러 '뱅크슛(백보드를 먼저 맞히는 것)'을 쏜다. 평범하게 자유투를 쏘는 선수도 슛 감을 찾지 못할 때 임시방편으로 뱅크슛을 쏘는 경우도 있다. SK는 몇년 전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야 슛이 더 잘 들어간다"는 한 외국인 선수의 요청에 자유투를 쏠 때마다 힙합을 틀기도 했다.
■최악의 슈터는 '하킬'과 딕슨
올 KBL 최악의 자유투 슈터는 43.2%에 그친 나이젤 딕슨(KT)이다. 하루 100개씩 던지는 연습을 하지만 실전에선 절반 이상 림을 외면한다. 딕슨의 전 소속팀 KT&G의 이상범 감독은 "딕슨이 자유투도 잘 던지면 한국에서 뛰겠느냐"고 했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m21)이 경기 도중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지를 때는 덩크슛이 아니라 자유투를 넣었을 때다. NBA의 최고 센터 중 하나인 샤킬 오닐의 이름을 따 '하킬'이라 불리는 하승진은 파워뿐 아니라 통산 성공률이 50%를 겨우 넘는 형편없는 자유투 실력도 샤킬을 빼닮았다. 지난해 4월 2008~09시즌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역대 챔피언전 최다 자유투 시도 기록인 18개를 던져 8개만 집어넣었다.
자유투가 약한 선수는 경기 막판 접전상황에서 상대팀 반칙 작전의 표적이 된다. 하승진은 "동료가 야투 연습을 할 때 혼자 자유투 연습을 한다. 꾸준한 연습밖에는 없다"고 했다. 지난 시즌 45%에 그쳤던 하승진의 자유투 성공률은 2009~10시즌에 52.7%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