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홍콩 주룽(九龍)반도 남단의 오스틴가(街) 1번지. 올 3월 완공돼 홍콩의 새 명물로 등장할 118층짜리 ICC(국제상업중심) 빌딩 마감 공사가 한창이었다. 골조를 끝까지 올린 해발 490m의 꼭대기 층은 까마득했다.

세계 4위 높이의 초고층 빌딩인 ICC는 사무실 면적만 250만제곱피트(약 7만평)이다. 정식 오픈이 2개월 남짓 남았지만 예약은 95% 이상 끝났다. 102~118층엔 리츠칼튼 호텔이 들어서고 그 아래 모건스탠리도이치은행이 각각 16개 층과 13개 층을 쓰는 것을 비롯, 크레디트스위스·ABN암로·EFG은행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입주한다. 건물주(主)인 선훙카이(新鴻基)부동산 그룹의 레이먼드 궉(Kwok) 부회장은 "홍콩으로, 아시아로 돈과 기업, 인재들이 밀려오기 때문에 곧 공실률(空室率) 0%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또 다른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도 상황은 비슷하다. 싱가포르에는 현재 전 세계에서 온 201개 금융기관에 1만6000여명이 일한다. 2005년 이후 종업원 수는 매년 평균 10.3%씩, 일일 외환거래액은 연평균 12.6%씩, 파생상품 계약액은 연평균 7.7%씩 치솟는 호황세이다. 또 작년 4분기 성장률은 플러스 3.5%, 주식시장은 연초 대비 64%의 상승률을 각각 기록했다.

싱가포르의 금융 심장부인 래플즈(Raffles)구역의 바클레이즈은행에서 만난 렁(Leong) 와이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와 홍콩, 상하이 등은 글로벌 금융 위기에 오히려 더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휘청거렸던 아시아가 11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최대 승자(勝者)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4위 은행인 HSBC의 심장부가 아시아로 오는 것도 상징적 '사건'이다. 다음 달 1일자로 런던의 금융중심가인 캐너리 워프에 있던 마이클 게이건(Geoghegan)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사무실을 홍콩섬 퀸스로드 1번지로 공식 이전하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마이클 에반스(Evans) 아시아회장은 "지구상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아시아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아시아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소 5년간 아시아 역내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