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반도의 전략적 요충지인 예멘이 알 카에다의 전초 기지이자 미국을 겨누는 위협으로 재부상했다. 아랍 극빈국인 예멘의 해묵은 정국 혼란에 미국과 예멘 양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 중에 빚은 잦은 실책과 상호 불신, 집중력 부족이 화를 키웠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수적 이슬람 국가인 예멘은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bin Laden)의 조상들이 살던 고향이었다. 빈 라덴의 부친처럼 일자리를 찾아 사우디아라비아로 갔던 예멘인의 자녀 중엔 그곳 급진 이슬람 사상에 경도된 청년들이 많았다. 이들은 지하드(Jihad·聖戰) 전사가 되어 모국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4일 미 항공기 테러 미수범으로 잡힌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Abdulmutallab)를 인터넷 설교로 포섭한 이맘(imam·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올라키(al-Awlaki·38)도 2004년 가족의 고향인 예멘으로 귀환한 인물이었다.

내분에 시달리는 예멘의 허약한 정부는 북부 반군과 전쟁을 치르고 남부 분리주의운동을 진압하느라 알 카에다는 뒷전이었다. 부족 중심 사회인 예멘 주민들도 정부보다 부족 지도자나 성직자를 더 따른다. '이슬람 수호'를 내건 알 카에다는 부족들과의 연계망을 발판으로 세를 키웠다.

최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풀려난 수감자들과 예멘 감옥에서 탈옥한 거물들이 재집결하면서 예멘 알 카에다 조직은 부흥기를 맞았다. 이라크로 지원 나갔던 예멘 전사 2000명 중 상당수도 복귀했고, 인근 소말리아에서 밀려드는 20만 난민도 모병 자원 역할을 한다.

미국은 그간 대(對)테러전을 위해 예멘 정부에 적잖은 자금과 훈련 인력, 첨단 장비를 지원했지만 양국의 공조는 절름발이였다. 지원금은 예멘의 부패 정부를 거치면서 새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2006년 2월 알 카에다 조직원 23명이 수도 사나의 수감소에서 탈옥했을 때 도움을 준 것도 예멘 관리였다. 그때 탈옥한 나세르 알-우하이시(Wuhayshi)는 지금 예멘 알 카에다를 이끈다.

미국은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와 똑같은 딜레마에 처했다. 주민 속에 뿌리내린 알 카에다를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전개했다가 민간인 피해가 커질 경우 반미(反美) 민심에 불만 지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멘 인근 아프리카의 알 카에다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일 덴마크에서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남성(28)이 도끼와 나이프를 들고 만화가인 쿠르트 베스터가르트(Westergaard·74)의 자택에 침입해 살해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베스터가르트는 2005년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하메드가 폭탄 모양 터번을 쓴 풍자만화를 그렸다가 무슬림계의 분노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