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반도의 빈국(貧國) 예멘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조직원을 훈련하고 테러 명령을 내리는, 글로벌 테러의 베이스 캠프(base camp)화하고 있다.

25일 발생한 미 노스웨스트항공 253편 여객기 테러 미수 사건의 범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가 이번 테러를 기도하기 전에 훈련을 받았던 곳도 예멘이었다. 또 지난달 5일 모두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 후드 육군기지 총기 난사의 범인도 웹사이트와 이메일을 통해 예멘으로 도주한 미국 태생의 무슬림 이맘(imam·이슬람에서 기도를 이끄는 종교 지도자) 안와르 알 올라키(Awlaki)의 반미(反美) 폭력 선동에 이끌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알 카에다 수뇌부와 조직원의 최대 은신처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접경지대였다. 1980년대 후반 아프가니스탄에 근거지를 마련한 알 카에다는 미국이 9·11 테러를 당한 뒤에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자 파키스탄 내 산악지대로 본거지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보 당국은 알 카에다가 파키스탄 정부의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강화하자 아랍 국가 중에서 법과 치안이 허술한 예멘을 매력적인 대체 기지로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예멘 정부는 지난 17일 수도 사나 외곽과 남부 아비안주에 있는 알 카에다의 은신처와 훈련소를 공습해 알 카에다 대원 34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또 24일에는 샤브와주 산악지대에서 열린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의 지도부 회합 장소를 공습, 34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AP 통신은 예멘 보안 관리를 인용해, 알 카에다 회합에서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 지대 공격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고 보도했다. 예멘 정부는 24일 공습으로 예멘의 이맘 알 올라키가 포함됐다고 발표했으나, 미 정보 당국은 이를 부인했으며 올라키의 친척과 친구들도 그가 살아있다고 25일 외신에 밝혔다.

예멘이 대미(對美) 지하드(이슬람의 성전·聖戰)의 제1기지로 부상한 배경과 관련, 영국의 싱크탱크인 차탐하우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1400년 전 아라비아 무역로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낙타 대상(隊商)의 나라였던 예멘이 현재는 ▲아랍권 최악의 빈곤 ▲높은 실업률 ▲빠른 인구 증가율 ▲고갈된 정부 재정 등으로 붕괴 직전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선거는 부정(不正)·매표·개표 조작이 만연하고, 알리 압둘라 살레(Saleh) 대통령은 아들에게 권력 이양을 준비하고 있다. 총선도 정치인들의 뒷거래 의혹으로 연기되는 일이 잦다. 야당 지도자들이 빈번히 납치되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만큼 사법 체제도 부패했다.

결국 알 카에다가 중앙 정부의 세력이 미약하고 법질서가 붕괴한 예멘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이 나라가 '테러의 온상(溫床)'이 된 것이다. 게다가 이슬람 극단주의가 애초 태동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대적인 알 카에다 척결이 이뤄지면서,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바로 옆 나라인 예멘으로 유입된다. 미 뉴욕타임스는 25일의 여객기 테러 미수는 이제 예멘과 파키스탄이 알 카에다의 테러 네트워크 허브(hub)를 놓고 경쟁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