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처럼 '교육 이슈'가 뜨거웠던 해도 없었다. 연초부터 대학들은 앞다퉈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발표했고,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 ▲학원 심야(深夜)영업 금지 ▲학교별 수능성적 첫 공개 ▲외고 입시개편 ▲초·중·고 교과목 절반 줄이기 등의 대책이 잇따라 나왔다.
교육 뉴스는 쏟아졌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당장 내년부터 외고·국제고 입시가 바뀌니 이를 준비하는 중2 학생부터 헷갈려한다. 입학사정관제는 내년 대입에는 더 확대되고, 2년 후부터는 초·중·고 교실에서 배우는 과목수가 3~5과목 줄어든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실세'로 불리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인터뷰한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MB정부 첫 교육과학문화수석에서 지난 1월 교과부 차관으로 기용된 그는 MB정부 교육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고, 지금 추진되는 모든 교육대책의 중심에 있다. 올 한해 발표된 교육 정책과 교육 이슈들은 대부분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거나 그의 손을 거쳤다.
일요일인 20일 오전 교과부 집무실에서 만난 이 차관은 "오늘도 회의 일정이 꽉 차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요즘 최대 관심사가 EBS 문제라고 했다.
"EBS 수능방송이 제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국가 지원을 받고도 온라인 사교육 업체에 밀리는 상황은 이해할 수 없어요. 스타강사도 영입하고 조직을 개혁해 당장 내년부터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아야죠."
―정부가 올 초부터 시작한 '사교육과의 전쟁'의 성과에 만족하나.
"내년까지 모든 시·도별로 학원 영업시간을 밤 10시까지로 규제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현재 서울에서 시행 중이고, 경기도는 의회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내년에 전국적으로 일제히 밤 10시로 학원시간이 규제될 것이다."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간섭한다는 비판이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해서 다니는 학원 아닌가.
"지금 학원시장은 교육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창의적 교육을 시키는 게 아니라 학부모를 상대로 불안감을 조장하는 '공포마케팅'으로 선행학습을 강요한다."
―이달 초 발표한 외고 개편안도 사교육 줄이기의 일환인가.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는 내년 외고 입시부터 확실히 사교육 요소는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외고가 엘리트(수월성) 교육을 해 온 것은 맞지만 외고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대학입시 위주로 짜였었다. 외고는 외고답게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뽑으면 사교육비가 어떻게 줄어드나.
"외고·국제고 입시에서 중학교 내신 중 영어성적만 볼 것이다. 토플·토익 성적은 '학습계획서'에 써와도 성적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이 부분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 개혁의 원칙으로 '자율과 경쟁'을 내걸었다. 하지만 '사교육비 줄이기'가 개입되면서 이같은 교육정책 기조에 혼선을 겪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외고 입시 개편, 자율고 추첨 선발 등은 엘리트 교육을 제한하는 것 아닌가.
"엘리트 교육은 계속한다. 일반학교에 무(無)학년제 수업이 도입된다."
―외고는 지금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지나.
"외국어 교육이 매우 강화될 것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고들이 교과과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제고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제고의 교육운영은?
"아무래도 제2외국어 비중은 외고보다 적을 것이다. 국제고의 교육목표는 '글로벌 인재양성'이므로 학생들의 진로도 다양화될 수 있다. 국제고 전환기준은 내년 초 발표하겠다."
올해 발표된 '사교육비 줄이기'와 '외고 개편안' 등의 이슈는 정작 정치권이 먼저 문제제기를 했다. 학원시간 규제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외고 개편안은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주장했고, 교과부는 논란이 확산된 후 이를 정리하기 바빴다. 때문에 "이주호 차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이같은 지적에 이 차관은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정작 중요한 교육 이슈 중 교과부에서 시작된 게 별로 없다.
"정치권에서 서민들의 고통인 이 문제를 문제 제기한 것은 바람직하다. 결과적으로 교과부가 이를 정리해 정책으로 내놓지 않았나."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있다. 내년부터 외고·국제고에도 이 제도가 도입된다.
"외고·국제고에 도입되는 입학사정관제는 대학과는 다르다. 교육청에서 학교별 입학사정관을 한 명씩 위촉해 입시를 모니터할 것이다.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공정성은 외부인 참가로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해서 '학교 자율성'을 해치는 것은 아닐까.
―개별 학교가 할 일을 정부가 너무 정해주는 것 아닌가.
"지난주 발표한 교육과정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학교별로 과목별 수업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영어중점 중학교', '과학중점 고등학교'가 나올 수 있다. 학교 자율성은 더 확대될 예정이다. 단 필요한 규제는 할 것이다. 특히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하는 입시는 정부가 개입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수능성적 공개와 학업성취도 평가(지역별)로 학교현장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현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학교 정보는 점점 많이 공개될 것이다. 2012년부터는 학교별 성적 향상도를 공개하겠다."
―대학 정보공개는 무엇이 바뀌나.
"취업난이 심해지자 '학점 부풀리기'가 대학마다 성행한다. 기업에서 학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니 평균 학점을 공개해 기업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