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제56회 골프 지존 신지애 동문, LPGA 3관왕 획득을 축하합니다.”
전라남도 함평군 함평읍에 위치한 함평골프고등학교. 이 학교는 데뷔 첫 해에 신인상, 최연소 상금왕, 다승 공동선두를 차지하며 LPGA 투어의 새 역사를 예고한 신지애(21) 선수의 모교다. 부산골프고와 함께 전국에 2개밖에 없는 ‘골프특성화고등학교’인 이 학교엔 3층 건물 크기의 초대형 신지애 선수 사진과 신 선수의 위업을 축하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흔히들 운동하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얘기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매일 오후 3시30분까지는 전교생이 교과 과정을 정상적으로 수업하고, 수업을 마쳐야만 골프 훈련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 잘하는 골퍼로' 예외없는 정규수업
1951년 공립 함평농업고등학교로 출발한 이 학교를 지난 2001년 골프특성화고등학교로 탈바꿈시킨 이근형(55·골프특성화부장) 교사는 '정규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골프는 창의력과 판단력, 응용력이 필요한 운동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지 않고 운동만 할 경우엔 이런 능력이 계발(啓發)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교생이 예외없이 오후 3시30분까지는 정규 수업을 듣게 하고 있습니다."
이 교사의 설명처럼 이 학교 학생들의 일과는 영어·수학 등 공통교과목과 골프장 코스관리, 골프 클럽 제작 및 교정, 장비관리, 골프장 경영 등 특성화 과목으로 빼곡히 짜여 있다. 하지만 오후 3시30분이 지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거리 100m 40타석 규모의 실내연습장과 660㎡(200평) 규모의 그린 연습장, 골프 스윙 컴퓨터 분석실, 골프 피트니스실, 어프로치샷 실습장, 벙커샷 실습장, 골프클럽 피팅실 등 대학 수준 이상의 학교 시설에서 마음껏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스윙은 프로 코치 5명이 지도해주고 있습니다. 또 4000만원짜리 컴퓨터 분석기에 학생들의 신체 사이즈를 입력, 헤드 스피드·비거리·백스핀·탄도 등을 측정해 자기한테 맞는 최적의 자세를 갖출 수 있게 지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수를 통해 클럽 피팅 자격증을 획득한 이 교사는 “전교생이 졸업할 때 골프 관련 자격증을 3개 이상 따고, 싱글 이상의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2009년 한 해만 7명의 프로 배출을 포함해 현재까지 64명의 프로골퍼를 키워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학교의 최고 자랑은 신지애 선수. 신 선수 외에도 김동희, 이미향, 박성원, 이유미 학생 등 아직까지 일반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유망주가 적지않다.
신지애 등 프로골퍼 64명 배출
이 학교 학생 중 광주·전남 출신은 20%. 나머지 80%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영남권 학생들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선수지망생 이보람양(2학년)은 “학교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서 주말에 별도의 레슨을 받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싱긋 웃었다.
타 지역 학생들이 많은 만큼 ‘기숙사’는 이 학교의 필수 요소다. 기숙사 사감을 겸하고 있는 이근형 교사는 “골프관리과 학생 144명 중 2명을 제외한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아침 5시50분에 일어나 1시간 동안 체력훈련을 한 뒤, 밤 11시에 전원 잠자리에 들도록 함으써 학생들이 절제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평골프고는 골프관리과와 골프산업기계과의 2개 학과로 나뉘어 있다. 골프산업기계과는 과거 농업고등학교 시절의 농기계과를 리모델링한 것. 잔디깎는 기계 등 골프장 관리에 필요한 기계를 다루고 익히는 데 중점을 둔 과정으로 학년당 26명 1개반씩 총 3개반 78명이 있다.
골프관리과는 골프 선수를 지망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골프 실기와 코스관리, 환경보전 등 골프 관련 과목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각 학년별로 24명 2개반씩 총 6개반 144명이 재학 중이다. 이근형 교사는 “솔직히 신지애 같은 선수는 100년에 한 명 나오기도 쉽지 않다”며 “프로골퍼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골프와 관련된 다른 직업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골프코스 관리·설계 등 관련과목 수업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비·라운딩비 포함 학비 월 100만원
이 학교 수업료는 분기별 20만2300원(2009년 기준). 여기에 한 달 기숙사비 22만1000원과 주2회까지 허용되는 라운딩(회당 9만원) 비용, 그리고 학생 용돈을 합치면 학생 한 명당 소요되는 경비는 월평균 '100만원+용돈' 규모가 된다. 이 교사는 "수도권의 골프 레슨비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셈"이라며 "상대적으로 학비가 싸기 때문에 부유층 자녀보다는 제대로 골프를 해보려는 일반층 자녀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 선발방식은 실기시험 없이 중학교 3학년 1학기 내신성적 기준, 우수한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추린다. 2009학년도 평균 경쟁률은 약 1.5 대 1이었으며, 2010학년도 신입생 1차 모집은 이미 끝난 상태다. 임병배(61) 교장은 지난 12월 8일 “현재 추가모집 예비접수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추가모집 정식 접수는 12월 31일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골프 실력이 뛰어난 특기생에 한해 매달 50만~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우수한 학생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는 농업교사… 꽃 팔러 골프장 드나들다 아예 골프고로
“다들 제가 체육교사인 줄 알고 계시던데, 저 사실 농업교사입니다.” 함평골프고 골프특성화 부장 및 기숙사 사감을 맡고 있는 이근형 교사는 이석형(51) 함평군수의 친형이다.
함평골프고가 농업고교였던 1999년 모교인 함평농고 농업교사로 부임해 꽃을 재배했다고 한다. “꽃을 키웠으니 이걸 팔아야 쓰겄는디, 보니까 골프장만큼 꽃을 많이 필요로 하는 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골프장과 인연을 맺었죠. 그러다보니 ‘아예 학교를 골프 고등학교로 바꾸는 것이 아이들 장래에 더 도움이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교장선생님과 함께 학교 개편작업을 시작, 2001년 골프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받았습니다.”
이 교사는 당시까지 골프를 치지 못했다고 한다. “골프의 ‘골’자도 몰랐습니다. 교사 월급 받아서 골프를 치는 것이 쉽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제가 골프를 못 치니까,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저를 믿지를 않는 거예요. ‘안되겠다’ 싶어서 눈 딱 감고 시작했습니다.”
“코피 흘려가며 연습했다”는 이 교사는 이후 티칭프로 자격증 2개를 획득, 이 학교 골프감독을 겸하고 있다. “사실 골프 실력이 좋다고 감독을 맡는 것은 아닙니다. 훈련은 코치가 시키는 거니까요. 감독은 CEO 역할만 잘하면 됩니다. 학교를 홍보하고, 선수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주업무이니까요. 지애요? 어이쿠~. 제가 어떻게 지애를 가르칩니까. 지애가 저를 가르치면 가르쳤지.” 이 교사는 “신지애 선수를 가르쳤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손사래를 치더니 “그냥 지애한테 스폰서를 연결시켜 주려고 뛰어다녔을 뿐”이라며 껄껄 웃었다.
/ 함평 = 이범진 기자 bomb@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