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술에 취해 거리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파출소·지구대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강하게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이 경찰에는 없어 음주 소란이 폭행 등 더 큰 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김중확(金重確)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찰이 음주 소란자를 체포해 보호할 수 있도록 법과 시스템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김 청장은 상습 음주 소란자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고, 음주 소란 등 경범죄 대처방법과 관련한 석사 논문을 쓰기도 했다.
―음주자가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정말 많은가?
"굉장히 많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경찰 지구대 업무의 26.6%가 취객 처리다.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에게 물어봤더니 가장 어려운 업무가 음주 소란자 처리문제라고 한다. 음주 소란자 처리에 대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음주 소란자의 행패가 중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던데.
"음주 소란자는 남에게 어떤 형태든 피해를 주는 범죄자다. 술에 취해 언성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옆 사람과 갈등이 생겨 폭행·기물 파손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파출소 등에 와서도 소란을 멈추지 않아 경찰관과 마찰을 일으켜 공무집행방해 등 중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음주 소란자를 적극적으로 제지할 수 없는가?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없다. 음주 소란행위에 대해 5만원짜리 벌금 스티커를 끊는 통고처분밖에 없다. 때문에 경찰이 음주 소란자에게 대처하는 방법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법적 권한이 없어 임의동행 형태로 파출소 등지로 데리고 가다가 소란자가 다치거나 하면 경찰이 책임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음주 소란자가 경찰관에게 되레 큰소리를 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럼 경찰에 어떤 권한이 필요한가.
"체포권이든 제지권이든 보호조치권이든 어떤 형태든 좋다. 음주 소란자를 소란 현장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는 권한이면 된다. '체포'라고 하면 좀 강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소란을 피우는 취객을 경찰서나 치료센터 등으로 데리고 가서 보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런 권한에 대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음주 소란자의 작은 범죄가 큰 범죄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것이 오히려 인권을 보호하는 것 아닌가. 술 먹고 행패부리는 것에 대한 제재 조치가 초기에 된다면 술에 취한 채 아동 성폭행이나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외국은 어떠한가.
"미국 등 외국에서 음주 소란자는 모두 현행범이다. 체포해서 경찰서로 데려간다. 독일·프랑스는 보호 조치를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론 체포하는 것이다. 경찰서에서 소란을 멈추고 제정신이 돌아오면 즉결심판청구서를 발부해 법원에서 즉결심판을 받도록 한다. 소란이 계속되면 경찰서 보호실에 데리고 있다가 다음날 바로 법원에 넘긴다."
―상습적으로 소란을 피우는 취객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부산에서는 지난 7월 15일부터 '상습 주취 소란자 치료·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만성 알코올 중독으로 행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상습 음주 소란자들을 병원으로 후송해 응급치료를 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술이 깬 후에는 본인 동의를 받아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15명이 전문 치료를 받아 재활의 기회를 얻었다."
김 청장은 1956년 경남 사천에서 출생해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6회로 합격한 뒤 1987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청 외사2담당관, 시카고 주재관, 워싱턴 주재관을 지내는 등 경찰 내에서 국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