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신생구단인 강원FC는 지난 7월 크로아티아 출신 외국인 선수 라피치를 영입하면서 이적료(20만달러)와 연봉(20만달러)을 모두 공개 발표했다. 그동안 프로축구계가 '구단 영업비밀'이라며 감춰온 영역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후 강원FC는 다른 구단들로부터 "당신들이 그러면 우리만 피곤해진다"는 원망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김원동 강원FC 사장은 "몸값 공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 사장의 말대로 수입 축구선수의 몸값 공개는 너무 늦었다. 지난 7일에는 대구FC에서 외국선수 수입 비리 사건이 터져 변병주 감독이 현역 중 최초로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일은 폐쇄적인 프로축구 행정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축구전문가들은 말한다.

관중 수입 문제만 봐도 프로축구의 폐쇄성은 뚜렷하다. 프로야구의 경우 원년부터 관중 수와 입장수입을 공개하고 있다. 프로야구 연감에는 출범 첫해인 1982년부터 페넌트레이스(정규시즌),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올스타전의 관중 총숫자는 물론이고 입장료 수입이 1원 단위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 달리 프로축구는 83년 출범 이후 2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입장 수입을 공개하지 않는다. 관중 숫자부터 '뻥튀기'가 많아 부정확하기 때문에, 입장 수입을 제대로 공개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한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연맹 차원에서 공개를 유도해도 구단들의 반대 때문에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유료관중 숫자를 정확하게 공개했다가 망신을 당하느니 계속 버티는 것이 낫다는 구단들의 태도 때문에 폐쇄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축구는 일부 구단을 제외하면 프로팀으로서 기본인 객단가(客單價·관중 1인당 매출)도 제대로 산출하지 못한다. 8개 구단이 모두 객단가를 집계하는 프로야구와는 딴판이다.

프로 축구단의 재정상황 파악을 위해선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일일이 접속해야 하는데, 그나마 공시 항목도 제각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경우도 있다. 수원삼성의 경우 '삼성전자축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시스템에 올라 있지만, 재무제표 자체가 공개돼 있지 않다. 15개 구단 간 경영 성적 비교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프로축구의 발전을 위해선 팬 서비스와 경기력 강화뿐 아니라 원시적인 구단 경영 마인드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종환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는 "프로 구단은 기업"이라며 "과감하게 운영 성적표를 공개해 비판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산하 홍보기관으로 행세하며 우산 속에 숨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축구의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12등이냐, 13등이냐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성적 지상주의를 벗어나 팬들을 위한 공격 중심의 축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정근 호서대 체육학과 교수는 "프로축구가 내년 월드컵 이후 '썰물 관중'이 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프로축구는 관중 수에서도, TV중계에서도 프로야구에 완패했다. 팬 서비스 면에서도 참패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프로축구가 '2류 스포츠'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