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 이병석 위원장(한나라당)이 8일 4대강 예산이 포함된 국토해양부 예산안을 표결 없이 단독 처리하고 야당이 크게 반발한 것을 두고, 국회에선 9일 "겉으론 4대강 예산 얘기를 하지만, 여야 모두 지역구 예산 챙기기라는 이해가 맞아떨어져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뒷말이 나왔다.

국토해양위가 처리한 예산안은 정부가 원래 제출한 예산안보다 3조4600억원이 늘어났다. 도로 철도 건설 등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 차원에서 증액한 것으로 파악되는 것이 상당액이다.

이병석 위원장의 지역구인 포항 예산은 울산~포항 복선전철 등 2774억원이 증액됐고, 민주당 김성곤 의원 지역구인 여수 예산도 도로 건설 등에 1530억원 늘어났다.

1260억원과 1150억원이 늘어난 성남(도로)과 인천(지하철)은 각각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과 박상은 의원 지역이다. 국토해양위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허천, 민주당 박기춘 의원의 지역구 관련 예산도 908억원, 252억원씩 늘어났다.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한 야당 의원은 "원래 이렇게 증액을 해놔도 나중에 예결특위에서 삭감되기 때문에 그걸 고려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여당 의원은 "다른 의원들 민원을 반영하기도 바빠 실제 내 지역구는 챙기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반발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어차피 오늘 의결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정부 원안만 예결위로 넘어간다. 여러분이 증액한 예산이 빠지게 된다"며 야당을 설득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이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국토해양위에서 증액한 예산은 모두 예결특위에서 삭감하겠다"고 했다. 여당 원내 지도부와의 교감 없이 이 위원장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는 등 여당이 국회 운영에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여당의 4대강 예산안 처리가 예상됐음에도 민주당이 상임위 전체 회의 개최에 합의하고 강행 처리 과정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증액한 예산안을 반영하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국토해양위의 민주당 박기춘 간사는 "대통령과 동향(포항)인 이 위원장이 과잉 충성을 한 것 같다. 우리가 손 쓸 틈도 없이 당해버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