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

댄스가수 비(27)의 할리우드 주연 데뷔작 ‘닌자 어쌔신’이 실패로 끝났다. 개봉 둘째 주말 북아메리카 8위, 국내 박스오피스 4위로 밀려난 암살자 닌자 앞에는 가파른 내리막길 뿐이다.

닌자어쌔신은 미국에서 주말 박스오피스 6위로 출발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이었지만 민족주의적 애국심이 발동, 선전했다는 위로가 건네졌다. 이어 한국인 최초의 북미 박스오피스 10위권 진입이라는 아전인수로 다시 포장됐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설명 불가다. 예매율 1위, 개봉 첫 날 스코어 1위 따위의 온갖 뉴스를 양산했지만 빛 좋은 개살구였을 따름이다. 팬들의 집단행위로 따낼 수 있는 가변적 1위에 그친 닌자어쌔신은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같은 할리우드물 ‘2012’에 밀렸다.

이 와중에 가수 비의 말은 조금씩 달라졌다. 기자회견 때만 해도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대케했던 비는 개봉 직전 “박스오피스 5위 안에만 들어도 대단한 일”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결과는 5위 밖이었다. 그러자 “개봉 전에는 10위 안에만 들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커트라인을 또 낮췄다. 이제 닌자어쌔신에게는 제작비 회수 여부만 남았다. MBC TV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 제작비가 1억달러 남짓이라던 비의 말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닌자어쌔신의 순제작비는 4000만달러 정도다.

아슬아슬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거나 적자를 낼 전망이다. 북미에서 쌓은 총 2979만달러에 해외 수익을 보태면 순제작비 4000만달러는 가능할 법도 하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을 합산한 총제작비 대비 본전은 여전히 미지수다.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듯하다.‘한국인이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중 10위권 안에 든 첫 번째 작품’이라는 자위는 곧 사대주의에 근거한 자조요, 자기비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