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探鳥·birdwatching)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대와 열대의 중간에 있고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철새들의 이동 길목인데, 특히 추위를 피해 남하하는 오리류가 집중돼 겨울철새가 많은 편(이기섭·이종렬의 '새')이다. 주로 11월부터 2월까지 한반도를 찾아드는 겨울철새들은 서울도 빼놓지 않고 들른다. 한강과 지천(支川)의 어귀마다 먼 길을 날아와 한숨 돌리는 비오리·넓적부리·재갈매기 따위가 북적댄다.

철새가 돌아오는 때에 맞춰 서울시와 각 구청, 시민단체들이 주최하는 탐조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새의 세계란 한 번 눈뜨면 무궁무진한 보물창고 같다. 딱새·박새·곤줄박이 같은 텃새들도 알아두면 마주할 때마다 정겹다. 이번 겨울을 새들과 친해지는 데 투자해 보면 어떨까?

8배율 쌍안경과 조류도감 필수

지난 27일 갈대숲 너머 한강물이 넘실대는 서울 강동구 고덕수변생태복원지 내 작은 강의동에 두툼한 옷을 갖춰 입은 8명이 모였다. 이들은 3주째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시민단체 '생태보전시민모임'이 공동으로 마련한 '한강 야생조류 탐조 가이드 교육'에 참가한 교육생들이었다. 대부분 숲해설가 교육 등을 받아본 적 있는 아마추어 생태전문가지만, 새에 대해서는 '탐조 초보'다.

강사로 나선 이는 조류도감 '한국의 야생조류 길잡이'를 펴낸 생태전문 사진가 서정화(46)씨. 서씨는 "탐조란 그저 '어, 새가 있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새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는 데서 출발한다"고 서두를 뗐다.

"새는 항상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지요. 멀리 있는 새를 가까이 관찰하며 무슨 종인지 알아내려면 '쌍안경'과 '도감'은 필수입니다."

양손에 들고 볼 수 있는 쌍안경은 먼 물체가 얼마나 잘 보이는가에 따라 '배율'이 달라진다. 탐조에 쓰이는 쌍안경은 주로 8·10·12배율로 나뉘는데, 배율이 높을수록 물체는 잘 보이는 반면, 흔들림은 심해진다.

생태전문사진가 서정화(왼쪽)씨가 27일 강동구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서 필드스코프(오른쪽 망원경)로 새를 관찰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탐조를 하는 사람들은 흔히 '필드스코프'(fieldscope)라고 불리는 커다란 망원경을 쌍안경과 함께 쓴다. 배율이 쌍안경보다 높아 섬세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지만, 무게가 제법 나가기 때문에 삼각대에 고정하고 사용해야 한다. 나뭇가지 뒤로 숨는 산새보다 수면 위에 머무는 물새를 관찰하기에 특히 좋은데, 보통 200만원 이상의 고가품이라 초보자들이 구입하기엔 아무래도 부담이다. 2~3년 탐조를 해본 뒤에도 계속 새에 흥미가 있다면 그때 사도 늦지 않다.

최근 탐조 인구가 급증한 덕분에 조류도감은 시중에 여러 종류가 나와 있으니 자기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쌍안경과 도감을 마련했다면 마지막으로 '수첩과 필기구'를 챙겨야 한다. 자신이 본 새의 종류와 특징, 관찰한 일시와 장소를 기록해둬야 세월이 흐른 뒤 그걸로 '나만의 생태지도'를 그릴 수 있어서다.

수수한 차림으로 조용히 움직여야

20분 정도 강의를 마친 서씨가 쌍안경과 도감, 필드스코프를 집어들었다. "이제부터 한강변에 나가 직접 새를 관찰해 볼 겁니다. 단, 주의사항이 있어요. 절대 갑자기 움직이거나 막 뛰어다니시면 안 됩니다."

새들은 급격한 움직임에 예민해 뛰거나 크게 손짓을 하면 달아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야외에서는 수수한 차림을 하고 향수처럼 강한 냄새를 풍기지 않으며 소음을 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많이 움직이는 게 제일 나쁩니다."

각자 쌍안경과 도감을 손에 든 교육생들이 강의동을 끼고 뒤로 돌아나가자 한강변 갈대숲과 거기 맞닿은 고덕천 사이로 참새만한 새가 긴꼬리를 휘저으며 바람처럼 날아갔다. 하얀 얼굴을 가로지르는 검은 눈선과 짙은 날개깃이 앙증맞은 겨울철새 '백할미새'였다.

한강변에 닿은 서씨가 한참 쌍안경을 들여다보더니 가만히 필드스코프를 내려놓고 초점을 맞췄다. "괭이갈매기보다 몸집이 크고 아랫부리 끝에 붉은색 점이 있으니 재갈매기 같은데… 아, 발이 노란 걸 보니 '노랑발갈매기'네요."

한강변을 따라 펼쳐진 16만8300㎡의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는 길고 가는 붉은색 부리를 가진 '비오리', 몸집이 작고 엉덩이가 노란 '쇠오리', 눈이 붉고 머리 윗깃이 닭벼슬처럼 올라온 '뿔논병아리'도 이미 찾아와 있었다.

'서울의 탐조 명소'는 주로 한강을 따라 놓여 있다. 강서구의 강서습지생태공원, 밤섬 부근 여의도한강공원과 서강대교 일대, 서울숲과 중랑천, 탄천, 안양천 등이다. 그러나 꼭 명소에 가야만 새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복궁·덕수궁·선릉 같은 도심의 궁궐·능원이나 월드컵공원·올림픽공원·양재시민의숲 같은 공원에도 새들은 살고 있다. 까치·참새·직박구리는 아주 흔히 볼 수 있고, 왜가리·딱새·박새·곤줄박이·어치·뱁새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