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라는 무리수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문학이 파헤치려는 삶의 진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고대 수학의 역사에서도 이 무리수의 존재를 숨기려는 자와 그것을 드러내려는 자 사이에 암투가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제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천년비의(��義)》로 제3회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이선영(42)씨는 논리의 세계를 대표하는 수학을 상상력의 예술인 문학과 결합해 소설의 서사 지평을 확대한 새로운 팩션(faction)을 선보였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수학 공식의 하나인 '피타고라스 정리(a²+b²=c²)'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과, 이 오류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무리수의 세계가 발견됐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씨는 수학사(數學史)의 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진실의 은폐와 폭로를 둘러싸고 벌어진 탐욕과 위선, 사랑과 배신의 드라마를 창조했다.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크로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새로운 각도로 재해석한 이선영씨는 첫 작품으로 수상의 영광과 등단이라는 꿈을 함께 이뤘다. 한양여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선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2009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의 주인공 이선영씨.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당선 인터뷰에 응한 이씨는 활짝 웃으며“소설을 읽고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수상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점심에 먹을 자장면을 끓이고 있었다. '면발이 불면 어쩌나' 걱정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결국 그날 점심은 굶고 말았다. 다리가 불편한 딸(이씨는 생후 8개월에 소아마비를 앓았다)의 미래를 늘 걱정하시던 부모님이 당선 통보 전화를 받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시며 오랫동안 우셨다."

―당선을 예상했나?

"그게 바란다고 이뤄지는 일인가. 하지만 소설을 쓰는 것이 내 평생의 꿈이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부모님은 소아마비 딸의 장래를 위해 취직에 유리한 이과를 선택하게 하셨지만, 불편한 다리 때문에 나는 늘 소설과 함께 지냈다. 고교를 졸업하고도 집에서 책만 읽다가 늦깎이(92학번)로 대학에 들어갔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행복해졌다."

―피타고라스학파 이야기를 소재로 택한 점이 눈길을 끈다.

"무리수를 발견한 고대 그리스 수학자 히파소스는 '세상은 유리수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믿어온 피타고라스학파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한다. 진실을 밝힌 자가 죽어야 했던 이유를 소설로 따져보고 싶었다.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이야기를 만들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영감이 번쩍하고 머리를 스쳤다. 첫 착상 후 2년간 도서관에 드나들며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수학사를 공부했다."

―팩션은 그간 남성 작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여성이 쓴 팩션이어서인지 남녀의 사랑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도드라진다.

"권력투쟁과 살인사건이라는 스릴러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이야기도 쓰고 싶었다. 피타고라스의 부인과 제자 필로소포스가 저지른 불륜, 진실을 은폐하는 대가로 아내와의 불륜을 눈감으려는 피타고라스, 스승의 아내이자 친구 필로소포스의 연인을 사모하는 히파소스 등을 등장시켜 사랑의 다양한 풍경을 그리려 했다."

―소설 속에서 피타고라스는 아내를 두고서도 남성과 동성애를 하는데, 역사적 사실인가.

"고대 그리스 사회는 남자를 이상적인 존재로 생각했기 때문에 성관계도 남성끼리 하는 것을 남녀 간의 사랑보다 높은 단계에 두었다. 동성애를 그린 것은 소설적 흥미를 위한 장치이지만, 인문학적 지식을 서사에 녹여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뉴웨이브문학상 당선을 통해 당신은 문인이라는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앞으로의 각오는?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작품에 넣었기 때문에 실은 머릿속이 멍하다. 다른 분야는 경력이 쌓이면 그 경력 위에 새로운 성과를 더하지만, 소설은 늘 첫 글자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기쁨과 동시에 부담감이 엄습한다. 이 부담을 창작의 원료로 삼아 계속 노력하겠다."

동성애에 대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