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가 23일 "한국은 결혼식을 하면서 수천장씩 청첩장을 보내고 결혼식 참석을 못하는 사람들이 돈을 부칠 수 있도록 은행 계좌번호를 적어놓기도 하는 이상한 결혼문화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선 결혼식 하객 수와 축의금, 화환 수, 잔치의 호사스러움이 가족의 사회적 지위의 척도로 여겨진다. 결혼식 때의 축의금 봉투가 때로 뇌물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해마다 33만여 커플이 결혼하는데 비용이 평균 1500만~2000만원이고 호텔 결혼식의 경우 5000만원이 넘는데 이 비용은 대부분 축의금으로 충당된다"고 썼다. 타임스는 "지난 6월 딸을 시집 보낸 고위공직자가 축의금 접수대를 치워버렸다는 게 뉴스가 될 정도"라고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우리 결혼식을 '이상하다'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 우리 결혼식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어넣는다는 건 내가 그동안 내온 게 있으니 내 자녀 결혼 때 본전을 찾아야겠다는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다들 청첩장을 받고서 또 '세금고지서'가 날아들었다고 할 정도가 돼버렸다.
사회지도층이란 사람들이 특급호텔 연회장에 화환을 가득 채워놓고 식장만 하루 장식하고 버릴 꽃값으로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써가며 수많은 하객에게 값비싼 식사를 대접하고 있고, 이런 풍속은 아래 계층으로 돌림병처럼 번져 버렸다. 부모가 자기 이름으로 청첩을 돌리니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축의금 액수가 오르내린다. 사업관계로 안면만 튼 사람들에게까지 '외상값 청구서' 같은 청첩장을 무더기로 보낸다.
식장을 찾는 그 많은 하객들 가운데서 결혼하는 당사자의 얼굴을 알기라도 하는 사람이 정말 몇 명이 안 된다. 하객들은 봉투만 내고 얼굴 도장을 찍은 뒤 예식은 보지도 않고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다.
얼마 전 한 고위공직자는 딸 결혼식 때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축의금과 화환도 받지 않은 '3무(無)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우리가 은행 계좌번호가 인쇄된 수천장의 청첩장을 뿌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결혼식'이란 비웃음을 더 이상 받지 않으려면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이 먼저 간소한 결혼에 앞장서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우리도 신랑·신부와 정말 잘 아는 사람들이 오붓하게 모여 두 젊은이가 새 가정을 꾸미는 것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응원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