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약 개발 능력은 훌륭합니다. 기초과학 수준도 높아서 제약업이 성공할 잠재력은 충분합니다."
김정은(67) 미국 길리어드 부사장은 19일 대전 한국연구재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제약업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김 부사장은 길리어드의 연구원 시절이던 1996년 신종플루의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했다. 김 부사장은 중국산 나무에서 추출한 약물을 원료로 썼다. 당시 설립한 지 10년을 갓 넘긴 신생 기업 길리어드는 수천억원이 드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임상 실험을 통과할 여력이 없어서 스위스 국적의 제약회사인 로슈에 기술 수입료를 받기로 하고 특허권을 넘겼다. 현재 길리어드는 한 해 70억달러(약 7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부사장은 "신생 제약 업체가 거대 제약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라이선스 아웃(신약의 특허권을 넘기고 기술 수입료를 받는 전략)이 불가피하다"며 "점차 신약 개발의 성공은 줄어들고 비용은 급증하고 있어 규모가 큰 기업이 제약업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거대 매출 기업만 생기면 세계적인 제약회사를 배출할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올해 1~8월까지 로슈는 타미플루로만 27억달러(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우리 회사는 그중 22%를 기술 수입료로 받았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재일교포로 도쿄대 제약학과에서 학사를, 유기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약대에서 잠시 연구를 하고 도미해 미국 오리건 대학에서 유기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부사장은 "당시 한국인은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으면 도쿄대 박사라도 취직자리가 없었다"며 "살기 위해서 미국으로 갔다"고 말했다.
타미플루의 부작용에 대해 김 부사장은 "현재까지 타미플루로 발작을 일으켰다든지 치명적 질환이 생겼다든지 하는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지는 신종플루의 변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 다양한 신종플루 치료약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