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0년 전인 1989년 서울대생들의 최대 불만 중 하나는 학교측이 "식재료값이 올랐다"며 1987년까지 400원 하던 학생식당 한끼 식대를 500원으로 인상한 것이었다.
당시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는 학생식당 5곳과 흔히 '깡통'이라 불리던 간이식당 2곳이 있었다. 점심시간이면 학생식당마다 20~30m씩 길에 늘어선 줄에 질린 학생들이 깡통에 들러 단돈 300원에 간단한 면류로 빈속을 채웠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학생회관 1층 '제1식당'의 점심 기본 메뉴는 1식 3찬의 백반이었다. 묽은 된장국이나 근대국에 찐쌀밥, 김치와 나물, 메추리알 간장조림 등이 번갈아 나왔다.
두어 시간 지나면 금세 배가 꺼지는 허술한 식사였지만 가격이 저렴해 선배들이 50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자신은 물론 후배 9명의 점심을 책임질 수 있었다. 그 무렵 중·고생 과외비는 20만~30만원 선이었다.
1989년판 '서울대 학생편람'을 보면 학생회관 지하 1층 분식 코너에선 라면 한 그릇이 150원이었다. 계란을 풀어주는 '특'라면은 200원이었다. 떡볶이는 300원, 만두 한 접시는 400원이었다. 문화관 옆에 있던 제5식당은 카페테리아식으로 운영됐다. 공기밥은 200원, 국과 김치는 50원을 받았다. 상추와 쑥갓에 양념장을 슬쩍 얹거나 양배추를 마요네즈로 버무린 '야채류'는 한 접시에 100원, 장조림이나 어묵을 가리키는 '단백질류'는 150원이었다. 학생들은 꽁치구이나 제육볶음 같은 500원짜리 '특식' 앞에서 집을까 말까 망설여야 했다.
음대와 미대 근처의 '제2식당'에서는 800원·1200원·1500원짜리 메뉴가 식판 대신 밥 공기·국 그릇·반찬 그릇에 '따로따로' 담겨 나왔다. 제1식당에서 구경하기 힘든 돈까스나 햄버그 스테이크 같은 '육류'도 나오곤 했다. 과외 월급을 받은 선배들이 "오늘 음·미대 식당에 가볼까" 하고 큰소리치면 찐쌀밥에 질린 후배들이 우르르 따라나섰다.
공대 식당의 1500원짜리 백반도 명성이 높았다. "쌀에 윤기가 흘러 학생회관 식당에서 날아온 파리가 겁 없이 앉다 미끄러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대학원 석사과정 이상이 되면 교수식당의 양식당에 들아가서 3300원짜리 '정식'이나 2000원짜리 '함박스텍(햄버그 스테이크)'을 먹을 수 있었다.
1000원짜리 한 장으로 평균 두 끼, 최대 세 끼를 해결할 수 있던 행복한 시대는 곧 막을 내렸다. 10년 뒤인 1998년 학생회관 1층 제1식당의 백반은 1100원으로, 제2식당의 한끼 식대도 1700~2700원으로 올랐다. 학생회관 지하 1층 분식 코너에서 파는 '탕류'는 해장용으로 인기가 높았다. 값은 220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