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지식을 묻는 지필형(紙筆型) 구술면접을 배제하고 인성(人性)면접을 실시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침과 달리 지난 16일 열렸던 경기권 외고 구술면접 고사에서 일부 학교가 교과 지식과 관련된 문제도 출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고 있다.

본지가 경기권 외고 전형을 마친 중3 수험생들을 취재한 결과 최소한 3개 외고에서 국어나 사회문제와 유사한 면접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천외고는 '단군신화가 강림신화가 아닌 천손(天孫)신화임을 청동기시대와 연관하여 설명하라'는 국사 교과 관련 문제를 구술면접 문제로 출제했고, 안양외고는 다윈의 자연도태설 관련 지문을 주고 '해밀턴과 도킨스의 동물 이타주의 사이의 공통점을 말하라'는 비문학 지문 독해(국어 교과)문제와 '행복과 소득에 관해 제시된 두 가지 상관관계표의 차이점을 말하라'는 통합교과 문제를 출제했다.

고양외고에서는 영역(英譯)한 국내 시 제시문에서 '밑줄 친 시어(詩語)에 대한 함축적 의미를 2가지 말하라'는 영어 교과문제와 '제시문에 드러난 나치와 히틀러의 행동을 통해 형식적 법치주의를 비판하라'는 사회 교과 관련 문제가 출제됐다. 이에 대해 고양외고에 지원한 고모(15)군은 "준비했던 인성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고, 영어 지문·영시(英詩)가 제시문으로 주어지고 '형식적 법치주의' 같은 개념어가 등장해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교과부는 지난 6월 초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에서 올해 외고 입시부터 구술면접 때 교과 지식을 물어보는 변형된 형태의 지필고사를 금지하고, 영어 듣기 평가는 중학교 과정을 벗어나 출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사회 교사는 "단군신화를 청동기시대와 연관짓는 문제는 외래 세력의 유입 등 국사 지식이 있어야 답할 수 있다"며 "지필고사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본지 수능 자문 교사인 잠실여고 안연근 교사(사회)는 "상관관계표를 해석하라는 문제는 전형적인 대입 수능 사회탐구문제 형식"이라며 "인성면접보다는 대학 입시에서 출제되는 통합교과 면접문제와 유사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양외고 강성화 교장(전국외고교장협의회 회장)은 "이들 문항 역시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할 의도이지, 절대 교과 지식을 물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했고, 문제 출제를 감독한 경기도교육청 정찬호 장학사는 "면접관들의 평가항목을 보면 지식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항목은 없다"며 "논리력·창의력 등만 채점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특목고 입시기관 하늘교육의 임성호 이사는 "학생들은 교육 당국의 출제 방침을 믿고 입시를 준비하는데 이번 입시는 당초 발표한 것과 다른 유형이 많았다"며 "정책 발표를 믿고 성실히 준비한 학생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