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선 '내복 예찬론'이 펼쳐졌다. 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부터 내복과 조끼를 입었고, 정운찬 국무총리도 마찬가지였다. 반팔 옷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난방이 보편화된 요즘 풍경과는 대조적이었으나, 국무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내복을 입고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의 환담 자리에서 "나는 내복도 입고 조끼도 입었다. 며칠 전부터 내복을 입었는데 처음엔 몸이 좀 불편했는데 며칠 입어보니 괜찮더라"며 "최근 싱가포르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에너지절약 문제를 많이 논의했다"고 했다. 이에 정운찬 국무총리도 "저도 (내복과 조끼를) 입었다. 앞에 서 있는 분(국무위원)들 대부분 내복과 조끼를 같이 입었다"고 했다.

내복 예찬은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청와대는 비(非)선진국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사회 중 최고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 이날 회의를 '역사적'이라고 평가한 만큼 정부부터 에너지 절약의 솔선수범을 보이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장(세종실) 온도도 평소(20~22도)보다 낮은 19도로 낮췄고 앞으로도 이런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가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내복과 조끼를 입고 참석해 국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특임), 이 대통령, 현인택(통일), 최경환(지식경제), 안병만(교육과학), 정 총리, 전재희(보건복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