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침(變針·항로를 바꾸는 것)하지 않을시 사격하겠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귀선(貴船)에 있음을 경고한다."
10일 오전 11시 28분쯤 서해 대청도 인근 11.3㎞ 해상. 대청도를 모(母)기지로 한 서해 2함대 소속 참수리 고속정 325정과 평택 서해 2함대사령부(2함대사)는 북한 서해함대 8전대 소속 상해급(級)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내려오자 이렇게 두차례 경고통신을 했다. 참수리 325정은 1999년 제1차 연평해전 때 연평도 인근에서 NLL을 침범해 내려오는 북 경비정에 직접 부딪치며 밀어내기 작전을 폈던 '역전의 함정'이다.
앞서 325정과 2함대사는 북한 경비정이 이날 오전 11시 22~25분쯤 NLL에 접근하자 무선으로 모두 두차례 경고통신을 했다. 11시 32분쯤 2함대사는 북한 경비정에 "더 내려오면 경고사격을 하겠다"고 경고통신을 했으나 북 경비정은 NLL 남쪽 2.2㎞까지 침범을 계속했다.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9분 뒤인 11시 36분 참수리 325정은 북 경비정 앞쪽 약 1㎞ 해상에 40㎜ 보포스 함포 4발로 경고사격을 했다.
1분 뒤인 11시 37분 북한 경비정은 3.2㎞ 떨어진 곳에서 325정을 향해 50여발의 함포탄 공격을 퍼부었다. 만재배수량 131t으로 우리 참수리 고속정(150t)과 비슷한 상해급 경비정은 구경 37㎜포 2연장(聯裝) 2문, 구경 25㎜포 2연장 2문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북 경비정의 선제(先制) 사격으로 325정은 왼쪽 함교(艦橋)에서 조타실 사이 외부 선체에 15발가량을 맞았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우리 해군 함정들도 즉각 응사에 나섰다. 피격된 325정을 포함해 고속정 4척과 후방 수역에 있던 1200t급 초계함(PCC) 2척에서도 구경 20·40·76㎜ 함포가 최소 200발 이상을 퍼부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컴퓨터로 조종되는 우리 해군 함정의 정확한 함포 사격에 북한 경비정은 해(害)를 입고 연기를 뿜으며 퇴각, 11시 40분쯤 NLL을 넘어 북상했다. 2002년 이후 7년 만의 남북 해군간 교전은 2분 만에 끝났다. 북 함정은 예인되지 않고 자력(自力)으로 북상해 복귀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북한군의 정확한 피해상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최소 1명 사망, 3명 부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승무원들은 포탑으로 보호되지 않는 수동식 함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함포탄 파편에 의한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상황은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아 종료됐다. 서해안에 배치된 북한 실크웜·샘릿 지대함(地對艦)미사일 기지에서도 특별한 발사준비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교전 이후 북한군 동향에 대해 "북한 경비정은 완전히 퇴각했고 경비정 7척, 소형 경비정 5척 등이 등산곶 근해에 배치돼 있으며 특이 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경고사격을 한 것은 2003년 7차례, 2004년 2차례 있었으나 올 들어선 처음이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해군 준장)은 "북한 경비정이 올해 들어 22회 NLL을 침범했지만 경고사격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했다.
군 당국이 경고사격을 한 것은 이번 북한 경비정의 침범이 주변의 중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인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날 파고(波高)가 2m안팎으로 비교적 높아 보통 130t급 북 경비정이 출항을 하지 않는 상황인데 경비정이 나온 것은 어떤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합참과 해군은 5000t급 한국형 구축함(KDX-Ⅱ) 등을 NLL 인근 해상에 긴급 출동시켜 대응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