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는 의거 당시 모두 몇 발을 쏘았으며, 그가 지닌 권총에는 탄환이 몇 발 들어 있었을까?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안중근 관련 서적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

안 의사가 옥중 집필한 자서전 '안응칠 역사(安應七歷史)'는 '수염이 흰 조그만 노인을 이토라고 판단해 단총을 뽑아들고 4발을 쏜 뒤 잘못 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의젓해 보이는 다른 자에게 3발을 더 쐈다'고 기록했다.

그렇다면 안 의사의 권총은 7연발이었을까? 이 벨기에제 브라우닝 M1900 권총이 '7연발'로 알려진 것은 탄창에 일곱 발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약실 안에 한 발을 더 끼워 장전할 수 있어 실제는 8연발까지 가능했다.

검찰관의 논고에 따르면 안 의사는 8발을 권총에 모두 채웠다. 첫 네 발 중 세 발은 이토를 명중시켰다. 나머지 한 발은 이토의 옆에 있던 일본 주(駐) 하얼빈 총영사 가와카미 도시히코(川上俊彦)의 오른팔을 맞혔다.

나중에 쏜 세 발 중 한 발은 수행비서 모리 야스지로(森泰二郞)의 왼쪽 허리를 관통해 배에 박혔고, 또 한 발은 만철 이사 다나카 세이지로의 왼쪽 다리에 맞았다. 나머지 한 발은 플랫폼에서 발견됐는데 총탄 끝에 십자로 새겨놓은 곳에 옷감의 털이 끼어 있었다.

검찰관은 이 총탄이 만철 총재 나카무라 제코(中村是公)의 외투와 바지, 귀족원 의원 무로다 요시아야의 바지를 관통한 것으로 보았다. 안 의사에 대한 사형 판결문은 "압수한 탄피 일곱 개로 미뤄 볼 때 피고가 발사한 탄환의 수는 일곱 발이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마지막 한 발은 어떻게 됐을까? 권총의 총신이 화약 연기로 검게 그을린 가운데 총구 안에 장전된 채로 남아 있었다. 혹시 자살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안 의사는 이렇게 진술했다. "내 목적은 한국의 독립과 동양평화의 유지에 있었고 아직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도 자살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