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외대부속외고를 졸업했다. 내일이 시험이라 밤을 새우다 인터넷 첫 화면에 뜬 기사제목들이 심상치 않아 다 읽어보게 되었다. 내용인즉, 정부의 사교육비 절감을 실현하는 핵심수단이 외고 폐지이고 여당소속의원이 관련법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슬프다. 똑똑한 동기와 훌륭한 스승을 만나 값진 3년을 보낸 나의 학교가 사라진다. 학생들이 신문을 놓고 자발적으로 토론하고 계속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있는 학교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서로 도움을 주려는 학급분위기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과거에도 외고와 비슷한 학교들이 있었지만 평준화 이후 그 명맥을 이어나가는 곳은 없다. 영국의 이튼스쿨, 미국의 필립스아카데미 등 100년이 넘는 전통과 역사를 가진 외국 명문고들이 부럽다. 이 학교들이 국가적 문제라며 없애려는 나라가 어디 있나? 의지와 능력이 있는 학생이 잘 교육받아 국가 발전에 몇 배로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런 학생에게 거름을 주는 비옥한 밭을 갈아엎어 버리는 법을 만드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평등한 교육을 위한다면 정부에서 일반고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 상향평준화해야지 상위 몇 학교만 없애서 하향평준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외고가 사교육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일부 학부모들이 외고 합격을 위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이 극성의 원인은 대학입시다. 시험성적 1점의 차이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입제도가 존재하는 한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외고 학생들이 우위를 달리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학생의 성장가능성, 확고한 열정, 특수한 재능 등을 성장배경과 학업 외 활동 등을 통해 평가하는 대학들의 다양하고 유연한 완전 자율화된 제도가 생기지 않는다면 학부모들은 계속 외고를 선호하고 자녀를 학원으로 떠밀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의 최종목표는 대학이다. 사교육 문제의 핵심은 외고가 아닌 대입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사교육 절감을 위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대학이 더 많은 지역에 필요하다. 수도권에 소수 밀집해 있는 대학에 진학하려 지방 학생들이 방학마다 서울로 학원을 다니거나 아예 이사한다. 정부에서 지방 대학의 수준을 끌어올려 학생들이 진학을 원하게 해야 한다. 또 대학과 고교 교사의 소통이 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가 필요하다. 3년간 학생을 가까이서 지켜본 교육자의 평가를 대학측에서 검토하는 제도가 그것이다.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눈앞의 것을 쳐낼 것이 아니라 문제 전체를 놓고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신중히 고쳐나가야 한다. 모교의 교단에 서서 훌륭한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제발 사랑하는 나의 학교를 지켜주십사 시험 전날 새벽에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