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법원' 판사의 복장에서 흰색 곱슬머리 가발(wig)이 사라졌다. 또 빅토리아 시대에나 입을 법했던 거추장스러운 기존 대법원장 옷도 보다 단순해졌다. 법원의 심리도 지금까지는 녹화 촬영이 금지됐지만, 앞으로는 허용돼 나중에 TV로도 방영된다.
니콜라스 필립스(Phillips) 영국 대법원장은 "변화를 통해 사법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19일 말했다.
이런 변화는 지난 1일 영국에 실제로 '대법원'이 들어서면서 이뤄졌다. 민주주의의 요람이라는 영국엔 최근까지 '대법원(Supreme Court)'이 따로 없었다. 특유의 귀족문화로 인해, '법률 귀족(Law Lords)'으로 불리는 상원의원 12명이 하급 법원에서 올라온 사건들의 최종 판결을 내리며 대법원 기능을 했다.
그래서 지난 16일 영국 대법원의 개회식에는 존 로버츠(Roberts) 미 대법원장을 비롯해 캐나다·인도·호주 등 세계 각국의 고위 법관들이 참석했다. 개회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맡았다.
대법원의 출범으로, 영국은 의회와 사법기관이 완전히 분리된다. 영국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2명. 미국과 마찬가지로 종신(終身)직이다. 물론 초대 대법관은 과거 12명의 법률 귀족들이 자연스럽게 승계했다. 그러나 앞으로 충원되는 대법관은 상원의원을 겸직할 수 없다. 그러나 수백년간 별 탈 없던 체제를 너무 성급하게 미국식으로 바꿨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