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들과 헤어지게 되면 너무 외로울 것 같네요. 지금까지 4개 팀을 거쳤는데 이런 생각이 든 건 처음입니다."

플레이오프 개막 전날인 지난 6일 SK 카도쿠라 켄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5, 6월에 성적이 나지 않았을 때 동료들이 언제나 걱정해줘 매우 고마운 마음이었어요. SK는 진짜 좋은 팀이예요"라고 했다.

카도쿠라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라운드에서는 SK 타자들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었다. 배팅볼을 던지는 선수는 팀 최고령 투수 가득염이었다. 그것을 본 카도쿠라는 "고참이 다른 동료들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느끼게 되죠"라며 감탄했다.

필자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나선 카도쿠라가 호투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유는 하나의 징크스 때문이다. 카도쿠라는 "무로이씨가 보고 있을 때면 난 늘 완벽한 피칭을 했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었다. 카도쿠라는 정규시즌 28경기에 등판(선발 23경기)해 8승4패 방어율 5.00을 기록했지만 필자가 현장 취재한 6경기서는 공교롭게도 3승 무패에 방어율 2.76의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

이날도 카도쿠라는 공언대로 훌륭한 피칭을 했다. 6⅓이닝을 던져 피안타 3개 1실점(비자책)으로 막았다. 그러나 경기후 표정은 어두웠다. "팀이 이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요.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나머지 경기에서 언제든지 등판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3차전 내내 카도쿠라는 덕아웃에 서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응원했다. 5회 이후에는 스파이크를 신고, 즉시 등판할 준비도 하고 있었다.

1-1로 맞선 9회초 SK의 1사 1, 2루 찬스에서 정상호가 우중간을 가를 듯한 타구를 쳤다. 그러나 이걸 두산 중견수 이종욱이 다이빙캐치해 더블 아웃이 되면서 찬스가 무산됐다.

카도쿠라는 이 순간 '아, 끝났다'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기엔 '플레이오프가 끝났다'는 것과 '만약 내년시즌 SK에서 뛸 수 없다면 오늘로 (한국생활이) 모두 끝나 버린다'는 의미가 모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SK는 3차전은 물론 4차전도 잡아 2승2패로 5차전까지 몰고 갔다.

카도쿠라는 "5차전은 홈이고 우리 팀 타선이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선발 등판하게 되면 안심하고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은 SK로서는 한국시리즈 진출이 걸려있지만 카도쿠라 개인에게도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경기다.

<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가이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