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삼성의 오키나와 전훈캠프. 저녁식사를 마친 삼성 선수 몇명과 호텔방에서 캔맥주를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박한이는 "올시즌에 나 정말 야구 잘해야 하는데..."라면서 넋두리를 했다.

"야구는 항상 잘 하는 게 당연히 좋은건데, 굳이 올해 더 잘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물론 머리 한구석에는 시즌 종료후 박한이가 FA가 된다는 사실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박한이의 답변은 "FA 때문에"가 아니었다.

79년생 동갑내기 여자친구인 탤런트 조명진씨와 12월쯤 결혼식을 올리기로 대충 얘기가 된 상태였다고 했다. 박한이는 당시 이미 "양가 상견례도 다 했고 날짜만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에게 창피한 신랑이 되기 싫다는 게 박한이의 걱정이었다. 엉망인 성적으로 시즌을 마치는 건 그래서 싫다. FA도 FA겠지만, 당당한 신랑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던 셈이다.

2009시즌은 나름 성공작이었다. 규정타석을 아쉽게 채우지 못한 게 흠이지만, 타율 3할1푼1리, 출루율 3할9푼9리로 지난해 못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데뷔후 처음으로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박한이에겐 남부럽지 않은 '겨울잔치'가 기다리고 있다.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 박한이는 "12월18일에 식을 올리기로 했다. 장소는 조금 더 알아보고 있다. 드디어 가긴 갑니다"라며 웃었다.

3년여간 사귄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조명진씨는 그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대구구장을 찾아 박한이의 경기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TV 화면에 여러 차례 포착되기도 했다. 스포츠조선에 박한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면서 "우리 한이씨,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라는 붙임글로 협박(?)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올해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의 행보가 빨라질 것이다. 한화 김태균과 이범호가 워낙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가린 측면이 있지만, 박한이 역시 중량감 있는 FA라고 볼 수 있다. FA 시장 상황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박한이는 '대박' 수준은 아니더라도 9년간 쌓은 노력의 결실을 맛볼 수 있게 됐다.

2001년 데뷔한 박한이는 9년 통산 타율 2할9푼5리, 74홈런, 436타점, 109도루를 기록했다. 2000년 MBC 공채탤런트 29기로 데뷔한 조명진씨는 드라마 '주몽'에서 무덕 역으로, 최근 '선덕여왕'에선 설매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