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청와대 위민2관(비서동 건물) 2층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 벌어진 소란은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한다. 사회정책수석실 소속 L 비서관이 이곳에 나타나 이 방에 근무하는 C 행정관을 찾으면서 "이 ×× 누구야? 나와. 가만히 안 두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C 행정관이 일부 장관들의 대통령 보고 일정을 조정하면서 관련 비서관인 자신에게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이런 소란을 벌인 것이다.

L 비서관이 지르는 소리가 너무 커 다른 층에 들릴 정도였고, 결국 윤진식 정책실장과 임종룡 경제금융비서관까지 달려나와 L 비서관을 말려야 했다. 정책실장은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정책 문제를 총괄하는 사람이다. L 비서관의 직속상관이기도 한 정책실장조차 어찌할 수 없을 만큼 L 비서관은 흥분상태였다. 결국 경제수석실 직원 여러 명이 나와 L 비서관을 뜯어말려야 했다. 그러자 L 비서관은 다시 "우리 방 행정관들 다 내려오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이쯤 되면 청와대 복도가 아니라 장바닥이다.

L 비서관은 10분 이상 소란을 피우다 돌아간 뒤에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그 다음날 아침에 다시 경제금융비서관실에 나타나 "이 ××들 똑바로 해"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이면 정부 부처에선 장관까지 신경을 쓰는 핵심 간부다. 정부 밖에 있는 사람들 눈으론 그야말로 막강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랬다니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람은 올해 초에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그대로 비서관으로 근무해왔다. 이러니 주변 사람들이 더 그의 눈치를 살피게 됐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설사 그가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곤란한 일이다. 이 사람은 대선 때 핵심조직이었던 선진연대의 정식 회원이 아닌데도 그쪽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의 젊은 실세 한 사람과도 가까운 것으로 청와대에 알려져 있다고도 한다. 이 사람이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도 작용했을것이다. 청와대 핵심 중의 핵심인 정책실장조차 안중(眼中)에 없는 그의 눈에 수석비서관급 정도는 어떻게 비쳤을지 미루어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청와대만이 아니라 정부와 공기업 요소요소에 대선 때 활약한 조직 출신들, 정권 실세들과 가까운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모두가 L 비서관 같은 처신을 하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든 L 비서관 같은 사람 한 사람만 있으면 기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 기회에 또 다른 'L 비서관'들이 어디에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말단 공무원 중 과거 정권과 가까웠던 사람이 누구냐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닐 게 아니라 이런 제 눈의 대들보부터 찾아내야 공직의 기강이 살아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