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각 부처의 자체 감찰 비리 사례를 모아놓은 자료에는 요즘 공무원들의 별의별 해괴한 행태가 가득하다. 한 시청 세무직 공무원은 과·오납금 환급서류를 가짜로 만들어 14억원을 친·인척 이름 차명계좌로 빼돌렸다. 어느 지자체 국장은 주민들을 상대로 돈놀이를 해오며 연 24%의 고리(高利)로 4억5000만원을 빌려주고 2억1000만원을 이자로 받아 챙겼다. 공무원이 고리대금업까지 겸업(兼業)해온 셈이다.

공무원들이 퇴근 후 술을 마시고도 공무(公務)를 본 것처럼 거짓 보고서를 제출하고 초과근무수당을 타내는 행태도 여전했다. 행안부는 52건 3900만원의 부당 수당 지급 사례를 찾아냈고 관세청도 13명을 적발했다. 일부 관공서에는 엉터리로 초과근무수당을 타내는 일을 막으려고 출입구에 지문인식기를 달아놓고 있다. 일부 공무원은 이 지문인식기를 악용해 자기 지문을 상사 지문으로 등록해 상사가 수당을 타 먹도록 하는 초과근무수당 상납 방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법무부 산하기관 직원 88명은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하다 적발됐고, 보호관찰소 직원들은 가석방자를 방문한다고 허위 보고하고 출장비를 타냈다. 교정 공무원 21명은 공용차 기름표로 자기 차에 770만원어치 기름을 넣었다가 들키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고 물밑엔 그 몇 배 몇십 배의 비리가 똬리를 틀고 있을지 모른다.

경찰에 적발된 공무원 직무상 범죄도 지난 3년 사이에만 17%나 늘어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무원들이 공금 횡령 같은 중(重)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적 처벌로 엄하게 다스리지 않고 가벼운 내부 징계만 하고 쉬쉬하며 덮어버리기 일쑤다. 2006~2008년 전체 행정기관과 공직 유관단체는 자체 감사로 적발된 331명 중 58%에 해당하는 193명을 고발도 하지 않고 내부 징계로 끝내버렸다. 작년 검찰이 비리 수사를 한 공무원 3351명 가운데 기소된 것은 24.3%인 823명밖에 되지 않았다. 일반인 범죄 기소율 51.3%의 절반도 안 된다. 2003~2007년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뇌물사범의 52.7%가 집행유예, 9.3%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런 솜방망이 판결에는 으레 "공직자로 복무하며 국가 발전에 기여한 점을 감안한다"는 식의 낯 간지러운 감형(減刑) 사유를 붙이고 있다.

지금 공직사회 부패상은 '공직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 싱가포르 부패조사국은 공직비리가 의심스러운 사람은 영장 없이 체포, 압수수색하고 형성 과정이 입증되지 않는 재산은 몰수한다. 핀란드는 공직자들이 모든 재산과 판공비를 공개해야 하고 당국은 별도 절차 없이 공직자 계좌를 추적할 수 있다.

미국은 1966년 '정보자유법'과 1976년 '햇빛 속 정부법'을 만들어 정부의 결정과 공문서를 공개하도록 했기에 정부 예산 낭비와 공직자 비리만 전문적으로 추적·감시하는 시민단체가 200개 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도 정부와 공직자들의 업무를 세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이 공무원들의 행태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비리를 감시·적발·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직 비리가 가득한 나라가 선진국으로 올라선 사례는 세계 역사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