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자산관리사 정승필(이범수)은 수백억원대 계약을 앞두고 있다. 약혼녀 미선(김민선)과 차를 타고 가던 그는 편의점에 갔다 온다더니 사라져버린다. 사건을 맡은 김 형사(손창민)와 박 형사(김뢰하)는 실적을 올리려고 부산하지만, 엉뚱한 데만 쑤시고 다닌다.

이 영화는 보기 전까지만 흥미진진하다. 예고편과 미리 공개된 줄거리와 출연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꽤 재미있는 코미디일 것 같다. 그러나 보고 나면 온통 실망투성이다. 감독과 배우에 대한 실망, 이 영화를 고른 자신에 대한 실망이다. '정승필 실종사건'(8일 개봉)에서 정승필은 실종됐다가 살아 돌아온다. 그러나 왜 이런 시나리오와 출연진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 이유는 실종되어 찾을 길이 없다.

주인공이 폐쇄된 건물 화장실에 갇힌 사이, 주변 인물들은 실종자를 찾느라 법석을 떤다.

영화에서 정승필은 실종된 직후 행방이 묘연해지기도 전에 스크린에 다시 나타난다. 철거 직전 건물의 화장실에 갇힌 것이다. 초반부터 실종된 주인공의 소재를 밝히며 스스로 십자가를 짊어진 이 영화는 끝날 때까지 등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덕거린다. 사라진 지점 인근에 실종자를 두고도 우왕좌왕하는 나머지 캐릭터들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럴듯한 이색 코미디가 됐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모든 배우들이 '강풍'에 맞춰진 채 고장 난 선풍기처럼 과잉연기로 시종하는데, 흑백TV 시절 코미디도 이렇게 웃기려 들지는 않았다.

그나마 영화 대부분 홀로 연기한 이범수가 덜 썰렁하지만 영화가 재미있어지기엔 역부족이다. 나운하(나훈아 모창 가수)가 등장하고 생쥐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감독의 컬트적 재능이 엿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김치찌개에 휘핑크림 얹은 듯 모양도 어색하고 맛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