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원 총리는 이 자리에서 양국의 혈맹 관계를 강조하면서 경제 발전을 위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와 핵 포기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응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전날 저녁 북한 가극 '홍루몽'에 이어 이날 밤 아리랑 공연을 원 총리와 함께 관람해 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 총리는 아리랑 공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양국 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기점에 서 있다"며 "더 나은 내일과 양국 인민의 행복을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에 앞서 이날 오후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중국과 북한은 모두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개선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다"며 "지난 60년간의 경험을 살려 양국의 우의를 계승하고, 공동 발전과 평화를 추진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이에 대해 "건국 60년을 맞은 중국의 종합적인 국력과 국제적 지위가 부단히 상승하는 것은 중국식 사회주의가 중국 상황에 맞는 바른길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날 오전에는 평양에서 동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평안남도 회창(檜倉)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에 참배했다. 이곳에는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장남인 마오안잉(毛岸英) 등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중국 지원군 134명이 묻혀 있다. 원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이 유사시 북한의 안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