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의 브로치에는 메시지가 있었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으로서 가슴에 다양한 모양의 브로치를 달아 유명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Al bright·1997~2001년 재직)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브로치 외교'를 담은 책 '내 브로치를 읽어봐: 한 외교관의 보석 상자 이야기(Read My Pins: Stories from a Diplomat's Jewel Box)'를 발간했다.

그는 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브로치 비화'를 일부 털어놨다. 민주당원인 올브라이트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 장소에 미 공화당의 상징인 코끼리 브로치를 달았다. 민주당의 상징은 당나귀다. 당적(黨籍)을 바꾼 것이 아니었다. 현재 조지타운대 외교학과 교수인 그는 "오늘 학생들에게 '미국과 인도의 관계'를 가르쳤는데, 이 때문에 (인도의 상징 동물인) 코끼리를 달았다"고 했다.

1994년 다이아몬드가 달린 금색 뱀 브로치를 하고 유엔 안보리 회의에 출석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유엔주재 미 대사(위). 아래는 1998년 다이아몬드가 박힌 벌 브 로치를 하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아래). 뱀 브로치는 자신을‘뱀 같은 여자’라고 악담한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벌 브로치는 언짢은 기분을 암시하는 의 미로 달았다고 올브라이트는 말했다.

올브라이트는 1994년 주(駐)유엔 대사 시절에 처음 브로치를 달았다.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그에게 "뱀(serpent) 같은 여자"라고 악담했는데, 그는 바로 다이아몬드가 달린 금색 뱀 브로치를 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했다. 사담이 자신을 뱀에 비유한 것을 오히려 조롱하는 응수였다.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Putin) 러시아 대통령은 빌 클린턴(Clinton)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올브라이트의 브로치를 통해 당신네 의중을 파악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올브라이트는 '세 마리의 원숭이 브로치'를 달았다. 올브라이트는 체첸 사태를 부인하는 러시아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악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의미로 이를 달았는데, "그 의미를 푸틴이 이해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는 자신의 기분이 좋을 때에는 꽃·나비·풍선·무당벌레 브로치를, 기분이 나쁠 때는 거미·벌·악어 브로치를 달았다고 말했다. 중동 회담 때 그가 즐겨 단 브로치는 자전거 모양이었다.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처럼, 계속적인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과 같이 적대국 방문 때에는 성조기 브로치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