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과학을 공부해온 대일외고 3학년 김규광군.

독학으로 과학을 공부해온 대일외고 3학년 김규광(17)군의 논문이 과학인용색인 확장판(SCIE)에 등재된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과학고 학생이 쓴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실린 적은 있지만, 외고생의 논문이 실린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김군이 쓴 논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으로 인한 염증 반응에 관련된 단백질 네트워크 연구'는 '세계 소화기병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이 논문은 지난 3년간 김군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스스로 풀어나간 결과물이었다.

김군은 중학교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다. 그러나 유학을 생각하며 외고에 입학한 김군은 1학년 때부터 과학에만 푹 빠져들었다. 자율학습 때나 주말은 김군의 '과학 탐구' 시간이었다.

독학으로 해결되지 않자 대학 문을 두드렸다. 무작정 서울대 의대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구실 인턴으로 받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결국 김군은 1학년 여름·겨울방학에 서울대 의대 진단미생물학 연구실에 들어가 어깨너머로 실험 과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외고의 방학 보충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대학 연구실로 달려가 밤 10시를 넘기기가 예사였다.

김군은 논문을 읽다 호기심이 생기면 저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묻곤 한다. 그렇게 알게 된 김한복 호서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1년간 이메일과 전화로 원격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김 교수의 도움을 받아 김군은 작년 12월 한국미생물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학에 몰두하다 보니 내신과 수능 준비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군은 "남들이 하라고 해서 하는 공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너무 행복하다. 공부를 계속해 생물정보학자가 되겠다"고 했다. 김군은 현재 서울대, 포스텍, 카이스트 수시모집 전형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