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의 김효은 기후변화팀장은 루마니아 공관에 근무하던 2002년 7월 아기를 낳았다. 현지에서 출산휴가 3개월을 보내고 업무에 복귀해 1년6개월 더 근무하는 동안 친정어머니가 여섯 번 루마니아로 날아가 딸의 산후조리를 돕고 손주를 돌봤다. 김 팀장은 유엔 근무시절엔 당시 유학 중이던 남편(농림수산부 근무)과 주말부부로 살았고 루마니아엔 혼자 부임했다.

여성 외교관들의 가장 큰 고민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어떻게 외교관 생활과 매끄럽게 양립시키느냐다. 김 팀장은 "10년 정도는 따로 살 수 있다는 걸 부부가 받아들이면 견딜 수 있지만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외국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여성 외교관들이 재외공관 근무 중 현지에서 자녀를 키우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가 동원된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현지에 가서 도와주거나 한국 도우미 아주머니를 구해 데리고 가기도 한다. 이럴 경우 월급과 함께 오가는 항공료도 대신 내줘야 하므로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결국 보다 못한 남편이 휴직을 하고 따라나서기도 한다.

다른 나라 여성 외교관들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외교관은 유엔 근무 중 한 스웨덴 여성 외교관이 세 살배기 아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야간회의에 나와 협상을 하는 장면도 봤다고 했다. 일본에선 남편이 외교관 부인의 임지를 따라다니며 자녀를 키우고 살림을 도맡는 경우도 생겼다고 한다.

여성 외교관의 급증 이후 외교관 부부도 늘어났다. 지난 7월 현재 부부 외교관은 총 17쌍이다. 이 중 동일지역에 근무하는 경우가 2쌍, 배우자가 육아휴직인 경우가 3쌍, 부부가 본부에 근무하는 경우가 7쌍이다. 한 쌍은 해외연수 중이고 나머지 4쌍은 본부와 재외공관 근무, 다른 공관 근무 등으로 서로 떨어져 거주하고 있다. 과거 외교관 부부가 소수일 경우엔 같은 지역으로 파견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숫자도 늘어난 데다 '특혜'라고 보는 시각 때문에 이같은 배려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외교부는 외교부대로 '100% 남자 외교관' 체제에서 변신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근무하기 좋은 지역 다음엔 오지 근무를 하는 '온탕·냉탕의 원칙'이 이전처럼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매년 여성 외교관들 중 7~8명이 육아휴직을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력배치 정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열렸던 인사위원회에서 한 고위직 외교관이 어느 여성 외교관의 인사 관련 요청 때문에 화를 냈다고 한다. 이 외교관이 누구나 선호하는 좋은 공관에 근무한 후 당연히 가야 하는 오지 근무 지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기와 지역을 놓고 육아를 이유로 '특별한 배려'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엔 오지 근무 여성 외교관 중 임신을 이유로 조기 귀국해 본부근무를 하겠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생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교부에선 그럴 경우 일단 귀국을 허용하되 당초 예정됐던 2~3년의 오지근무 기간을 나중에 채우도록 하는 보완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조직 내부의 형평성을 위해서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성 외교관들은 오지 중에서도 '최험지'엔 파견하지 않았다. 남성 외교관들 사이에서 "외교관 부인은 가는데 왜 여성 외교관은 못 가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우리나라 재외공관 중 외교관 숫자가 4명 이하인 곳이 전체의 60%이다. 그간 외교관 배우자들은 '준외교 인력'으로 현지의 여러 행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여성 외교관들의 경우 배우자들이 따라나서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남성 외교관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요인이 됐다.

외교관 부인들의 친목·봉사단체인 외교관부인회는 2007년 '외교관배우자회'로 이름을 바꿨다. 외교관 남편들의 참여도 독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모임이나 외교안보연구원에서 배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교육에 참여하는 '남편'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젊은 여성 외교관들은 "오지 근무나 결혼을 못할 가능성은 당연히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오지 근무 중 자녀양육 지원 등을 위한 복지수준 개선은 여성 외교관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남성 외교관들도 아프리카 등 오지 발령을 받으면 "나 혼자 가서 몇년 고생한다"며 혼자 부임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