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일 이틀에 걸쳐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친 민주당자유선진당은 22일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기업체로부터 1000만원을 받는 등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과 선진당은 23일 인준반대 당론을 확정하고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할 방침이어서, 총리인준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는 '정운찬 정국'이 계속될 전망이다.

野, 지명철회·형사 고발·서명 등 정치문제로

정 후보자는 예정대로라면 오는 28일 국회의 인준을 받아 총리로 정식 임명돼야 하지만, 야당들은 정부에 대해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과 정 후보자에 대한 총리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정치 쟁점화할 태세를 굳혔다. 민주당과 선진당은 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위한 공조 방침도 확인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총리 인준을 용인하지 않겠다. 임명 반대 투표 그 이상의 수위로 대응해 총리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도 이날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한 1000만 서명 운동'을 시작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野충청권 의원들 "세종시 원안대로 하라"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세종시 원안 관철을 위한 궐기대회’를 갖고 있다.

민주당은 23일 의원총회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 당론을 채택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시가 비효율적이라는 정 후보자의 '소신'을 확인했고, 자신의 병역면제 의혹, 부인의 위장전입, 세금 탈루 등 기존 의혹과 함께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기업체에서 1000만원을 받는 등 새로운 문제가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당론으로 반대 투표를 던진다고 해도, 여당이 과반을 차지한 현 의석 구조로는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정치적 효과를 배가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전병헌 전략기획위원장은 "인준투표를 몸으로 막거나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의사진행발언, 퍼포먼스 등을 통해 총리 임명의 부당성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준투표 때 자유선진당과 함께 투표장을 퇴장해 항의를 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정 후보자가 기업체에서 받은 1000만원을 뇌물로 규정해, 정 후보자를 형사 고발할 계획이다.

"정운찬 효과 이미 사라졌다"

정 후보자 총리 내정 때만 해도 "중도정책의 백미" "허를 찔렸다"며 당황하던 야당들이지만, 청문회를 거치며 속으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권 총리' 효과가 사라졌고, 오히려 수면 아래에 있던 세종시 문제가 불거져 여야 대립구도가 명확해졌다는 것이 야권의 판단이다. 한 야당 의원은 "가깝게는 10월 재선거, 길게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세종시라는 '호재'를 활용할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때 영입대상이었던 정 후보자가 예상보다 도덕성 문제가 많이 불거져, 차기 주자로서의 가치도 크게 상실했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 후보자를 낙마시키진 못하더라도, '못 먹는 감'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게 됐고 세종시 문제가 커져 충청권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