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의 유가족 권영숙씨의 답변을 듣고 있다.

22일 이틀째 열린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세는 주로 정 후보자 개인에 맞춰졌다. 전날에는 '세종시 수정 추진' 문제가 청문회장을 뜨겁게 달궜던 반면 이날은 화가인 정 후보자 부인 그림의 고가 판매, 아들의 한국 국적 상실 등 정 후보자 개인 관련 문제가 집중 제기돼 정 후보자를 곤혹스럽게 했다. '한 방'으로 인준을 위협하는 결정타는 나오지 않았지만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는 잽이 쌓이면서 정 후보자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화가인 정 후보자 부인이 정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4~2005년과 총장 퇴임 이후인 2007년 그림 5점을 팔아 6100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정 후보자의 공직자 재산 신고에선 누락돼 결과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이 "후보자가 부인을 아마추어 화가라고 했는데 어떻게 1점당 1000만원이 넘는 고가로 팔 수 있었느냐. 산 사람을 공개하라"고 하자 정 후보자는 "최근에 집사람에게 물어봐서 알게 된 사실이다"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집사람은 국전에도 몇 번 입선했다"고 답변했다. 재산 신고 누락에 대해선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증인으로 신청된 인사 중 일부가 청문회를 앞두고 출국한 것에 대해 "정 후보자와의 공모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민주당 백원우 의원)고 주장했다. 후보자가 1년10개월간 고문료를 받았던 '예스24'의 대표이사 김모씨는 최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 의원들은 또 정 후보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난 Y사 회장도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Y사 회장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회사에 정상 출근했다"고 했다. Y사 회장은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정 후보자는 "(증인 출국에) 사전 모의 같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이 2006~2008년 월급 총액보다 많은 1억8000만원을 썼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금융회사에 다니는 장남이 외국에서 비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월부로 사고, 대학생인 여동생에게 카드를 만들어 주고 쓰게 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대선 후보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스승인) 조순 교수가 '딴 생각하지 말고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처럼 하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총리 자리를 발판 삼아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당적을 바꿔 대선 후보가 되는 생각은 안 하느냐"고 질의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차 의원의 의도는 정 후보자로부터 '나중에라도 민주당 쪽으로 갈 생각은 없다'는 답을 끌어내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자 차 의원은 당황한 듯 "그렇게 딱 잘라 말할 필요는 없고요"라며 정 후보자가 더 나가는 것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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