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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라 출신의 의병이 알아온 대로 원래 노서면 상리에 주둔한 일본군 수비대는 기관총 분대가 딸린 1개 소대 병력이었다. 그러나 연해주 의병의 국내 진공 움직임이 일본군의 정보망에 걸려 회령으로 국경수비대 병력을 집결하는 바람에 상리 수비대도 기관총 분대를 비롯한 주력은 회령으로 가고 없었다. 나이 든 병조장(兵曹長) 하나가 겨우 졸병 다섯 명을 데리고 남아 조선인 보조원 몇과 함께 수비대 진지를 지키고 있었다.

전제익 부대가 불시에 진지를 에워싸고 들이치자 일본군 수비대 잔류 병력은 무라다소총 여섯 정만으로도 제법 매섭게 대항했다. 십년 간격으로 청일전쟁 노일전쟁에서 잇따라 이겨 기세가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제국의 군대다운 데가 있었다. 거기다가 작은 구릉지 위에 자리 잡은 진지도 돌과 양회(洋灰)를 섞어 마음먹고 구축한 국경수비대 보루였다. 일본군 수비대는 거기에 의지해 스무 배가 넘는 의병들의 포위 공격을 받으면서도 한동안은 잘 버텼다. 하지만 워낙 중과부적이었다. 총격이 시작된 지 한 식경도 안 돼 진지의 총안(銃眼) 두 개가 조용해지더니, 이어 진지의 총안 전체가 침묵에 빠졌다.

"적이 달아납니다. 언덕 옆으로 난 참호를 따라 뒤로 빠진 것 같습니다. 저기 보십시오. 벌써 유효 사거리(射距離)를 벗어났습니다."

한동안의 불길한 침묵 뒤에 조심스러운 눈길로 수비대 진지를 살피고 있던 의병 장교 가운데 하나가 소리쳤다. 모두가 놀라 그 장교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일본군 대여섯 명이 한 덩어리가 되어 한편으로는 서로 부축하고 끌며, 다른 한편으로는 총을 안고 사주를 경계하며 구릉 뒤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일러스트=김지혁

"뒤쫓아라!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어서 적을 뒤쫓아라. 생포하지 못하면 사살하라!"

엄인섭이 그렇게 외치며 의병들을 내몰았다. 그 소리에 의병대 일부는 일본군 수비대가 사라진 곳으로 쫓아가고 나머지는 벌써부터 조용해진 진지를 그제야 덮쳤다. 짐작대로 진지 안에는 일본군 시체 두 구와 조선인인 듯한 양복차림 하나가 죽어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나머지는 더 버틸 수 없다고 여겨 부상자들을 이끌고 의병들의 눈에 띄지 않는 참호를 통해 진지를 빠져나간 듯했다. 하지만 어지간히 다급했던지 죽은 병사들의 소총과 탄약뿐만 아니라 진지 안의 다른 군수품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출동한 부대의 크기에 비해 전과가 썩 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승리는 승리였다. 모두가 환호하며 노획한 군수품을 헤아리고 있는데, 일본군을 뒤쫓아 갔던 의병들이 돌아와 알렸다.

"왜적들을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새 저희 병참소(兵站所)까지 달아난 적 패잔병들은 거기서 말과 수레를 끌어내 나눠 타고 남쪽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부상병까지 싣고 가느라 빠르지는 않으나 우리가 도보로 따라잡기는 이미 글렀습니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저녁밥을 지어먹고 하룻밤 숙영한 뒤에 움직인다. 적 수비대 진지를 중심으로 경계를 강화하고 숙영을 준비하라. 또 각 부대 모두 정탐과 척후를 풀어 사방을 널리 살피도록!"

전제익이 그렇게 명령해 점령한 일본군 진지에서 느긋한 하룻밤 숙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이 깊어 정탐을 나갔던 의병 하나가 어떤 개똥 모자를 쓴 양복차림 하나를 데리고 안중근과 엄인섭을 비롯한 장교들이 묵고 있는 곳으로 찾아와서 말했다.

"이 사람은 이곳 일본군 수비대에서 군속(軍屬)으로 일하던 사람입니다. 비록 왜놈 군대에 빌붙어 그 손발 노릇을 해왔지만, 오늘 국내로 진공한 우리 의병대의 위용을 보고 깨달은 바 컸다고 합니다. 이 길로 우리와 함께 할 결심을 하고 찾아 나섰는데, 특히 지휘소에 급히 알려줄 게 있다고 하기에 이리로 데려왔습니다."

그 말에 장교들은 마침 순찰을 돌고 있는 전제익을 불러들여 그 사내를 만나보게 했다.

"급히 일러줄 게 무엇이오?"

불려온 전제익이 아직도 미심쩍어하는 눈길로 그 사내를 살펴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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