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이 선수 폭력에 대한 엄벌을 천명한 가운데 남자배구 대표팀 이상렬 코치가 형사 고발될 전망이다.

이상렬 코치는 지난 17일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 박철우를 폭행,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사건을 보고 받은 박용성 회장은 19일 "운동선수의 성지인 태릉선수촌에서의 폭력은 분노할 사안이다. 배구협회에서 고발하지 않으면 나라도 형사 고발하겠다"며 선수들에 관련된 폭력을 근절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대한배구협회가 자체 고발하는 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폭행을 당한 박철우 측이 대한체육회나 국가인권위원회에 형사 고발과 조사를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철우의 아버지 박정선씨는 20일 "대한체육회에 이상렬 코치의 형사 고발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대한배구협회의 징계가 미흡하고 이상렬 코치도 반성 기미가 없어 형사처벌을 강력한게 원한다. 피해자가 고소하는 것 보다는 권위 있는 단체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대한배구협회는 믿기 어려운 만큼 대한체육회에서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해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배구협회는 19일 상무이사회의를 열어 가해자인 이상렬 코치에게 무기한 자격정지를, 김호철 감독에 대해서는 26일부터 핀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대회가 끝난 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선수보호위원회의는 21일 오후 5시 서울 성내동 협회 사무실에서 열린다.

박씨는 배구협회가 문제 해결이 아닌 봉합에만 관심이 있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이상렬 코치에 대한 자격정지는 자격박탈이 아닌 만큼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는 눈가림이고, 김호철 감독에 대해서도 즉각 사표를 수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상렬 코치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구타사건을 변명하는 게 아니라 당시엔 평정심을 찾기 힘들었다"고 한 발언은 전혀 반성이 없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박씨는 배구협회 이춘표 전무와의 대화에도 손을 내저었다.

이춘표 전무는 19일 박씨에게 전화를 해 "선수도, 코치도 배구인이다. 철우도 운동을 해야 한다. 서로 상생을 해야 한다"며 배구협회나 대한체육회에 의해 이상렬 코치가 형사고발 되더라도 '더 이상의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써 줄 것으로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이춘표 전무가 21일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으나 나는 만날 이유가 없다"며 확인서를 써 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배구협회의 조치가 미흡한 만큼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