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정세균 대표가 최근 펴낸 책에서 자신을 비난한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20일 중앙선데이가 보도했다.

김형오 의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 대표는 말이 통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많이 실망했다”며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했는데 뒤통수를 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현역 정치인이 쓰는 자서전적 저술에서는 보통 지켜야 할 관례가 있다”고 말문을 연 김 의장은 “당장의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생존 인물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해 부정적인 얘기를 쓰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 대표는 책에서 심지어 ‘의장’이란 직책도 뺀 채 ‘김형오는…’이라고 종종 부르고 있다”며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책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형오 의장은 "한나라당 압력에 굴복했다, 정 대표와 통화한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는 등 다섯 군데는 사실을 크게 왜곡한 것"이라며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의장을 무시하는 건 국회를 무너뜨리는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3월 민주당이 자신을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 위반'으로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던 것에 대해 "사사오입 개헌한 이기붕 의장 이후 처음으로 제소된 것"이라며 "어떻게 그거 하고 비교를!"이라며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한편 김의장은 최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최근 대한민국 국회를 ‘최악의 폭력 국회’로 꼽은 것과 관련해 “의장으로서 창피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대한민국 국회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는 걸 보고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그는 민주당이 정기국회 개회식 때 ‘김형오는 사퇴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미국 의회 같으면 영구제명할 일“이라며 ”이젠 우리 국회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