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후보자.

정운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21~22일)를 앞둔 민주당이, 그의 향후 '활용가치'에 대한 논란 때문에 청문회 수위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정치인 정운찬'의 첫 신고식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을 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어느 정도 흔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 후보자가 한때 자신들의 영입 대상이었지만 여권의 총리로 내정된 이상 미련을 버리고 '적(敵)'과 다름없이 다루자는 의견이 다수이긴 하다. 병역 면제, 논문 중복 게재 등 이미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도덕성이 훼손됐기 때문에 청문회 기회를 활용해 최대한 흠집을 내서 여권 차기 주자로서의 가치를 떨어트리자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정 후보자는 이미 강을 건너간 사람이다. 우리와 함께 할 가능성도 없는 사람과의 전략적 제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야당의 총리 인사청문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 후보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청문회 방해행위"라며 비난했고,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도 "자료를 제출 못할 정도로 자신 없으면 정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일부에선 "중도성향의 정 후보자가 향후 대통령과의 노선 차이로 여권의 분열과 분란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 야당이 전략적으로 정 후보자를 활용하려면 너무 흔들지 말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현재 제기된 의혹만으론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의 낙마(落馬)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정 후보자도 야당측에 직·간접적으로 "소신을 굽히는 일은 없을 테니 지켜봐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청문위원은 "여권 중도·친서민정책의 문제점은 결국 대통령과 정 후보자와의 갈등 속에 드러날 것이다. 그때 정 후보자와 전략적 제휴를 하기 위해서라도 청문회 때 무리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정 후보자의 활용가치가 야당 입장에선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재선 의원은 "정 후보자가 대통령과 대립할수록 국민들의 관심은 여권에 몰리고 야당은 찬밥이 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고 있어 피해를 본 것은 결국 민주당 아니냐"고 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의원은 "숱한 의혹에도 정 후보자에 대한 사퇴 여론이 크지 않은 것은 그만큼 정 후보자에 대한 기대도 크다는 말 아니냐. 너무 흔들면 정치 공세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