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골프장에서 챔피언, 어머니는 사업에서 금메달!'

한국과 중국의 수교 전인 1980년대 탁구스타 안재형(44)과 자오즈민(46) 커플은 국경을 뛰어넘은 애절하고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로 양국 국민들의 가슴을 적셨다. 6년 간의 열애끝에 1989년 결혼한 안재형-자오즈민 커플은 1991년 9월 17일 사랑의 결실로 아들 병훈을 얻었다. 올해 18세가 된 외동아들 병훈이 최근 부모의 '세기의 사랑' 때 만큼이나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병훈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각)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제109회 US아마추어 골프대회 결승서 벤 마틴(미국)을 7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아시아 국적선수로는 첫 우승이자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


대회 기간 중 아들의 캐디백을 메고 곁에서 뒷바라지한 아버지 안재형과 달리, 어머니 자오즈민은 중국 베이징에서 국제전화로 아들의 우승을 축하해 줬다.



자오즈민은 (주)옴니텔의 중국 법인인 차이나 옴니텔의 대표이사. 바쁜 업무 때문에 아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한 것이다. 자오즈민 역시 벤처사업가로 승승장구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텔레콤과 손잡고 컬러링 서비스를 하고 있는 차이나옴니텔은 올해 250억원의 매출과 80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는 등 몇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옴니텔의 김보민 상무는 "자오즈민 사장이 뛰어난 영업 아이디어와 승부근성으로 사업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고 말했다.

자오즈민이 베이징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옴니텔 차이나의 대표로 선임된 것은 지난 2004년 3월. 중국진출을 추진하던 옴니텔의 김경선 대표이사가 지인으로부터 자오즈민을 추천받은 것이 계기였다. 그 이전부터 국내 통신사들의 중국관련 업무에 자문을 맡았던 자오즈민은 옴니텔의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 사업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자오즈민은 옴니텔 차이나의 설립 당시 지분 30%를 직접 출자, 2대주주로 등록했다. 법인을 설립하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에 아파트를 얻어 생활해온 자오즈민은 사업 초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컬러링 영업에 나섰다. 1986년 아시안 게임 때 단식 금메달을,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복식 은메달, 단식 동메달을 획득했던 전력이 영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김보민 상무는 "중국 통신사들의 중역은 보통 40대로 자오즈민을 한때 스포츠 영웅으로 여겼던 사람들이다. 자오즈민 사장과 만나는 것 자체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지도에다 통신에 대한 해박한 지식, '사업에서도 최고가 되겠다'는 집념이 보태지면서 자오즈민의 컬러링 사업은 매년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왔다. 옴니텔차이나는 사업 첫해인 2004년 1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으나 올해는 2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자오즈민은 중국 우정대학의 MBA 코스도 밟았다.

현재 옴니텔차이나의 베이징 사무실에만 120여명이 근무하고 있고 중국 전역에 31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자오즈민이 중국 태생인 만큼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어 직원 대부분이 중국인들로 구성돼 있다. 친절이 몸에 밴 자오즈민은 수시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등 세심하게 직원들을 챙겨 인기가 높다고 한다.

자오즈민은 지사를 직접 방문하며 업무를 챙기느라 베이징에 머무는 시간도 많지 않다고 김보민 상무는 전했다. 중국의 통신관계자들을 대동하고 서울에도 업무협의차 1년에 5차례 정도 방문한다. 자오즈민-안재형 가족의 성공스토리가 향후 어떻게 펼쳐질지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