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8시40분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던 미 의사당 본회의장.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이 불법이민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의원석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당신 거짓말이야(You lie!)."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의 공화당 소속 조 윌슨(Wilson) 하원의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 그를 본 뒤 "그건 사실이 아니오"라며 말을 이었다. 값비싼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4700만여명의 미국인에게 모두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게 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안은 ▲정부 운영 보험의 비효율성 ▲1조달러의 추가 재정 적자 발생 ▲영세민·고령자에 대한 기존 연방 건강보험의 약화 가능성 등의 우려로 인해, 미국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개혁안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공화당 의석에선 간헐적으로 웅성거림이 있었다.
냉소(冷笑)하는 의원도 있었고, 루이스 고머트(Gohmert) 하원의원은 '무슨 계획(What plan)?'이라고 쓴 종이를 흔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에 야당 의원이 손가락질하며 "거짓말한다"고 하는 순간, 일제히 민주·공화당 의석 전체에서 윌슨 의원을 비난하는 '부~(boo)' 소리가 쏟아졌다.
공화당 의원들은 매우 당혹해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McConnell) 상원 대표는 "우리는 대통령을 존경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 (의사당에서) 그 밖의 다른 어떤 것도 모두 부적절하다"고 질책했다.
작년 대선에서 오바마와 싸웠던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완전히 무례한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이 적합한 장소는 의사당뿐 아니라 어디도 없다. 즉시 사과하라"고 윌슨에게 요구했다. 소속 정당을 떠나 미 의원들 사이에선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로 해 놓고 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고함을 쳐 연설을 방해한 윌슨 의원의 행동은 잘못됐다는 비판이 압도적이었다.
윌슨 의원은 이날 저녁 쏟아지는 여론의 뭇매 속에서 "나의 발언은 부적절했고 후회스럽다"는 사과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