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박모(31)씨를 기소함으로써 국내 첫 인종차별 기소 사례를 만든 인도 출신 후세인 교수(성공회대)는 사건의 발생과 처리 과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기소 사실이 알려진 후 후세인 교수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합의를 거절하자 박씨가 따라다니며 계속 폭언을 퍼부었지만 경찰은 보고만 있었다”며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박씨를 처벌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백인과 비백인을 차별하는 이중적 인종 잣대에 대해 한국인들이 생각할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10일 오후 후세인 교수는 한국인 친구 한모씨와 구로역으로 향하는 52번 버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야 더러워, 이 개XX야”라는 욕설이 들렸고, 후세인 교수가 돌아보자 검은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삿대질을 하며 “너 어디서 왔어. 이 냄새 나는 XX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취객이라 생각한 후세인 교수는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그 남자는 계속 영어로 “웨어 아 유 프롬(Where are you from)?”이라 묻고, “유 아랍, 유 아랍(You Arab”이라며 놀리듯 말했다.

옆에 있던 한국인 친구 한씨가 “왜 그러느냐”며 따져 묻자 그 남자는 도리어 “넌 뭐야? 조선X 맞냐”며 언성을 높였다. 후세인 교수가 “무슨 일이냐”고 영어로 물어도 “유 아랍”만을 반복하던 남자는 급기야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며 영어 욕설을 했다. 한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잡고 경찰서로 가자고 하자 그 남자는 한씨를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고, 이들이 부천 중부경찰서 주변에서 내리자 40대 여성 한 명만이 “증인이 되어주겠다”며 경찰서까지 동행했다.

후세인 교수는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지만 항상 참아 왔다”며 “한번은 졸다가 버스 종점까지 갔는데 버스 기사가 발로 툭툭 하며 깨운 일도 있다”고 말했다. 법률 지원을 담당한 공익변호사 모임 ‘공감’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종주의를 묵인해왔던 사회적 인식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델리 대학에서 현대사를 전공한 후세인 교수는 2007년 성공회대 아시아비정부기구(NGO)학 석사 과정에 입학한 후 이듬해 졸업과 동시에 연구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한국 법체계가 인종차별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아 이번 사건이 개인적 모욕으로 다루어졌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인종차별법은 다이아몬드 때문에 생겨났다?
친절과 인종 차별이 한 지붕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