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도 약을 못 구해 국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즉각 '강제실시권'을 발동하라."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04호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곽정숙 의원이 고정식 특허청장을 앞에 놓고 언성을 높였다. 강 대표 등이 다국적 제약사들이 갖고 있는 신종플루 치료제 특허권을 강제로 해지(강제실시)하고 국내에서 복제약을 생산하라고 요구하는 자리였다. 고 청장은 "복지부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도 중요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신종플루 치료제 특허권 해지 주장은 주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등에서 하고 있지만,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에서도 했다.
진짜 치료제를 정상적으로 구입하지 못해 국민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강제실시만 아니라 그 이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현재 531만명분의 치료제를 확보했고, 연말까지 500만명분을 추가 구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타미플루'를 만드는 스위스계 제약회사 로슈도 주문만 하면 연내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상적인 구매 절차를 거쳐 필요한 타미플루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든 치료제를 싼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나중에 특허권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상금과 국제적인 이미지 훼손 등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추세에서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05년 조류독감이 유행했을 때 타이완이 타미플루에 대한 강제실시를 발동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정작 복제약 품질이 떨어져 시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타이완 수준의 나라가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수 있느냐"는 국제적인 지탄만 받았다.
정부가 제때 신종플루 치료제나 예방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그것대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상적인 공급에 문제가 없고 경제적인 이득도 없다는데, 계속 강제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흔한 인기영합주의 중 하나라고 넘기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주장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