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제공

오직 흰색으로만 존재한다고 여겨질 때가 있었다. '메리야스'란 이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 생각됐다. 하지만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그는 색색깔의 제품으로 거듭났다. 1946년 한흥 메리야스가 근대적인 속옷을 시장에 출시한 이후 70~80년대를 거쳐 백양과 쌍방울로 대표되던 백색 내의가 지금은 1조2000억원 시장 규모의 패션 브랜드로 변했다.

속옷 브랜드의 시장 확대는 특히 올 들어 특히 눈에 띈다. 청바지로 유명한 게스 언더웨어가 단독 매장을 연 데 이어 리바이스 보디웨어, 푸마 보디 웨어가 선보였고 듀퐁 언더웨어도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패션 브랜드인 여성 크로커다일, 인디안, 탱커스, 에고이스트, GGPX 등도 속옷 브랜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비안 박종현 홍보 팀장은 "속옷 자재 생산능력과 봉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한정적이었지만 몇 년 사이 속옷 생산을 위한 아웃소싱 업체가 늘어나면서 속옷 사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백화점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맞게 속옷 매장을 새 단장하는 추세다.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은 최근 국내 최대 규모(595㎡·180평)의 란제리 전문 매장을 열었고, 올 초 '란제리 살롱'을 재단장한 현대 백화점은 매출이 30% 이상 급증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속옷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탓에 경기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일명 '그린스펀 남자 팬티 지수(Greenspan's manty index)'.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리 의장은 "남자들의 속옷 구매가 늘어나면 경기가 되살아나는 증거"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속옷을 사면 '잘 샀다'는 소리를 들을까.

본지가 인터넷 쇼핑 사이트 G마켓에 의뢰해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20~40대 남녀 3365명(남 1675, 여 1690)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자는 실용성에 높은 점수를 준 반면, 남성은 여성의 섹시한 속옷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속옷 전문 브랜드 비비안에 근무하는 사원 1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것과도 비슷한 결과였다. 여자는 순면 속옷(45.4%) 레이스(18.4%) 섹시한 검정(14.8%) 호피(10.5%) 순이었고 남자는 섹시한 검정(22.8) 순면(21.9%) 레이스(19.4%) 커플속옷(14.5%) 순이었다.

팬티와 스타킹을 연결하는 가터벨트에 대해 남성의 70%가 호감을 표한 반면, 여성의 70%는 싫다고 답했다. 일명 'T팬티'라 불리는 통(thong)에 대해 남성의 54%가 섹시해서 좋다고 했지만, 여성의 72.2%는 민망하고 불편해서 싫다고 답했다. 끈 등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섹시 속옷에 대해서도 남성의 60%가 찬성했지만 여성의 52%가 반대했다.

남성 팬티의 경우, 남자들은 순면 사각팬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여성들은 무늬가 있는 사각팬티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유진 G마켓 속옷 담당 매니저는 "남성들도 스키니진 등 몸에 딱 맞는 의상을 즐겨 입으면서 밀착되는 드로즈 사각팬티를 특히 선호하는 추세"라며 "남성용 티팬티가 전년 대비 28%가량 판매가 급증한 것도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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