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간첩누명 벗은 송씨일가 장남

27년만에 '가족 간첩단'이라는 누명을 벗게 된 송씨일가의 장남 기홍씨(65)는 28일 "이제와서 무죄판결을 받아서 뭐하냐"며 누명을 씌운 이들을 원망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첫 유죄 판결 후 27년간 받은 마음의 상처가 어떻게 가라앉힐 수 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재판은 예전에 끝났어야 했다. 대법원이 두번이나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는데 당시 정권이 이렇게 만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혀, 그동안 겪은 고초가 가볍지 않음을 시사했다.

또한 "2개월 간 수갑을 차고 살았고, 그때 당시 수사관을 지금 본다고 해도 때려 죽이고 싶을 정도"라며 "직접 사과를 받지는 못했지만,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전했다. 기홍씨의 외가 사촌인 한광수씨(97)도 "자기들이 원고를 써서 물으면서 대여섯번은 고치더라"며 조사가 공정치 못했음을 토로했고 "아직도 정신적 충격으로 몸도 못가눈다"고 성토했다.

더욱이 "(당시) 신문에 대서특필돼 얼굴을 들고 다닐수가 없었다"며 "다행히 이런 기회가 와 진실이 밝혀지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송씨일가 간첩단 사건은 한국전쟁 때 월북했다 간첩으로 남파된 일가 친척을 만났다는 이유로 일가족 8명에게 '가족 간첩단'이라는 누명을 씌웠던 1980년대 공안사건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조병현)는 2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송모씨 등 8명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