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북한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國葬) 조문단은 23일 청와대를 방문해 남북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김 비서는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일어서서 낭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북한 조문단이 남북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으며 "남과 북이 협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언제 어떤 수준(정상회담 포함)에서든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핵 문제를 (미국뿐만이 아니라) 남북 간에도 얘기하자. 우리가 나서면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문단은 미·북 관계의 특수성 등 북한의 기존 입장을 거론하면서 북핵 문제를 비켜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거듭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하겠다고 말하는 등 '비핵·개방·3000 구상'을 토대로 한 자신의 대북 정책이 진심(眞心)임을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자신의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당부했으며, 조문단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남북의 고위급 당국자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그러나 언제, 어떤 수준으로 대화가 이뤄질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으나 원칙적이고 수사(修辭)적인 차원"이라면서 "아직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했다.
그동안 남한을 적대시하면서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취해온 북한이 이번에 적극적인 대화 태도를 보인 것은 작지 않은 변화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처럼 핵문제를 의제(議題)에서 뺀 남북대화 방식을 재개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냈다. 반면 정부는 비핵화가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 대북 원칙을 공식 전달하면서, 이런 원칙을 북한이 받아들일 경우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남북 관계의 변화 여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문단으로부터 이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보고받은 뒤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