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독서라는 사람들에게 최근에 읽은 책이나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더듬거리며 책의 내용을 다시 기억해내려 애쓴다. 물론 한 번 읽은 글을 다시 정확히 기억해낸다는 것은 사람의 뇌가 컴퓨터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여러 번에 걸쳐 읽은 글도 기억이 나지 않다거나, 교과서를 여러 번 읽으며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읽기 곤란'이란 무엇일까?

짧은 글은 잘 읽어도 긴 글이나 책이 잘 읽히지 않는가? 평균적으로 성인의 80% 이상이 가벼운 난독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글을 잘 읽지 못한다고 무조건 '난독증(Dyslexia)' 환자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읽기 장애'는 비교적 가벼운 '읽기 곤란' 증상부터 하나의 병으로 취급되는 '난독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읽기 곤란(reading difficulty)은 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현상을 포함한다. 비문자적인 환경(TV, 영화 등 영상 매체에 더 많이 노출되는 환경)이나 부적절한 읽기 태도(자세, 습관) 때문에 생기는데, 선천적인 문제보다는 외부 환경이 중요 요인이 된다.

제대로 읽기 위한 과정

현재 한국의 성인문맹률은 10%이하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지만 기계적으로 읽을 줄만 알지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전날 읽은 내용을 남에게 조리 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수능 언어영역과 논술고사의 긴 지문을 읽는 데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읽기 곤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읽기 위한 과정'을 살펴보자.

◆독해에도 규칙과 전략이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읽기'를 실전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핵심을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하자. 수능 언어영역에서는 생소한 문학 작품이나 난해한 비문학 글이 지문으로 출제돼 수험생이 어려워한다. 이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의 깊게 읽으면서 글의 핵심을 파악한 뒤, 논리적으로 추론해 문제해결력을 높여야 한다.

둘째, 추론과정의 평가문제를 출제해보자. 수능 언어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문학 독해에서는 해석해야 할 문장이나 구절의 내용을 본문의 다른 문장을 통해 해석해 내는 독해력이 필요하다. 지문 내용을 사례나 다른 상황에 적용하기, 논지의 전개를 파악하기, 분석·종합해 추리하기, 비판·추론적으로 사고하기, 행간에 감춰진 의미 유추하기, 주장의 근거 찾기 등을 연습해 둔다. 이런 추론과정에 해당되는 평가문제를 스스로 출제해 답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문제를 구성할 때는 기출문제 유형과 연관 짓도록 한다.

셋째, 제한 시간 내에 단락별 주제문과 핵심단어를 찾아보자. 권장도서나 교과서, 수능 기출문제, 신문의 정치·경제면 등을 지문으로 활용한다. 교과서를 읽을 때는 먼저 대단원 학습목표를 확인하고, 읽은 뒤에는 학습활동과 문제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수능 언어영역 기출문제의 지문만 따로 모아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훈련을 해본다. 제한시간 내에 단락별 주제문과 핵심단어들을 찾아 정리하고, 단어와 문장의 뜻을 빠르게 유추하는 감각을 갖추다 보면 독해력이 저절로 높아진다. 신문기사는 시사쟁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앞에서 설명된 용어를 뒤에서 풀이해줘 독해력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넷째, 독후감과 마인드 맵으로 내용을 정리해 보자. 문학작품을 읽은 후 인물, 사건, 배경 위주로 내용을 정리하거나, 비문학 작품을 읽은 후 독후감을 쓰는 것도 독해력 향상에 밑거름이 된다. 또 글의 구조를 마인드 맵으로 그린다거나, 인상적인 내용을 그림 이미지로 그리는 것도 독해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이러한 활동들은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입력된 사항을 스스로 분석해 재생산함으로써, 독해력의 활용도를 높여준다.

책을 많이 읽었어도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시험점수도 오르지 않는 것은 효율적으로 독해력을 높이는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해에도 규칙과 전략이 있다. 독해 훈련을 충실히 한다면 한 번 읽은 내용이 자양분이 돼 '수능 고득점'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것이다.

●제대로 읽기 위한 과정

▶투입(Input)

처음 읽기가 시작되는 단계. 꼼꼼하게 읽는 단계는 아니지만, 글의 전체 내용을 한꺼번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리(Processing)

주의집중이 필요한 단계. 외부환경 요소(주변 소음, 산만한 태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단계이므로,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부호화(Coding)

글 내용을 나에게 적합한 형태로 저장·기억하는 단계. 동시적·연속적인 처리를 요구한다. 또 주어진 과제에 맞는 형태로 조정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계획기능(Planning)

어떻게 산출할 것인지를 계획하는 단계이다. 과제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요구하는 일상적인 활동으로, 보다 쉽게 산출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산출(Output)

읽은 내용을 다시 활용해내는 단계이다. '제대로 읽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읽기의 목적이 되는 '평가' 단계가 이 단계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