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욕하면서 즐겨보는 '막장 드라마'는 탄광의 막장에서 절규하는 광부의 어려운 삶의 현장을 묘사한 드라마가 아니다. 막장 드라마는 얽히고설킨 무리한 상황 설정, 자극적인 장면 등을 앞세운 드라마를 총칭한다.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에피소드가 수십분에 몇 차례씩 펼쳐지는데 그야말로 '불륜과 패륜의 백화점'이라 일컬어질 만하다.
'막장 드라마'의 주 공급자는 지상파 방송사다. 막장 드라마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역설하며 드라마는 오직 드라마일 뿐이니 그냥 재미, 흥미, 허구로 봐 달라고 한다. 또 "세상이 다 '막장'으로 가는데 왜 드라마만 순수하고 교육적이어야 한다고 요구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소한 MBC와 KBS 같은 공영방송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공영방송에서조차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막장 드라마가 성행하는 것은 한국 방송 문화의 천박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영방송에서 공공성과 공익성의 기준에 미달하는 드라마는 제작, 방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그래야 영국의 BBC 같은 국민이 신뢰하는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막장 드라마에 대해 우리 광고주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욕하면서 즐겨 보는 막장 드라마는 주부 시청자와 높은 시청률을 감안할 때 광고효과가 높은 프로그램임에 틀림없다. 광고집행에 있어 광고효과가 최우선이지만, 최근 미풍양속에 반하는 드라마, 반교육적인 드라마 등에 광고를 하는 것은 신중하게 재고를 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광고주들도 이제 사회책임을 다하는 윤리경영 차원에서 막장 드라마에 광고를 하는 일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본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이런 경우 광고를 자제하는 경우가 많다. 코카콜라의 경우는 12세(국외), 13세(국내) 이하 어린이가 시청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에는 자발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 P&G 또한 정치,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있거나 전쟁·폭력·선정적인 내용이 미디어에 보도될 시에는 사전 통지를 요구하고 있고 프로그램 내용이 자사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될 시에는 광고를 중단하기도 한다.
크라이슬러 역시 모든 언론사와 광고 계약 시 자사 제품에 대해 악의적인 내용이 있으면 광고를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하고 있다. 특히 1994년부터는 동성애 등과 같은 내용에 대해서도 사전에 통보해 줄 것을 요구해 기업과 자사 광고에 대한 적극적인 이미지 관리를 시도하고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상황이 광고의 내용과는 별개로 광고 효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연구들은 마케터들이 자사 제품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광고를 내보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기본적으로 윤리경영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여러 사회 공헌 활동을 벌이며 많은 노력을 해왔다.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광고집행에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드라마 콘텐츠의 해외수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요즘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미풍양속에 저해되고 반교육적이며 비상식적 드라마의 제작은 지양되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드라마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유익하고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돼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