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상리 천평삼거리 인근의 한 들판. 빨간색 건물이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다. 농촌에 흔히 볼 수 있는 정미소다. 지난 6월 개업했다. 그러나 이 정미소에서 도정한 쌀로 지은 밥 맛이 좋기로 벌써부터 소문난 '부자정미소'다.

이곳에서 나온 쌀로 밥을 지어 먹는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라는 뜻에서 '부자쌀'로 이름 붙여 상표등록을 했다. 밥맛의 비결은 벼를 도정하는 독특한 정미기 덕분. 대한민국에 오직 한 대밖에 없다.

이 정미기를 발명하고 만든 사람은 정미소 주인인 노주태(盧柱太·60)씨다. 그의 본업은 따로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선박용 엔진부품 생산업체인 ㈜태복기계의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기계의 '달인'이다. 이전에 기계 제작업체를 두 곳이나 운영하다 정리하고 동업 형태로 일하고 있다. 정미기 발명도 37년 경력의 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노주태씨가 자신이 개발한 정미기에서 도정된 쌀을 포대에 담고 있다.

일반적인 정미기는 벼에서 돌이나 불순물을 걸러 내는 석발기, 벼의 껍질인 왕겨를 떼어 내는 현미기, 현미를 몇 번에 걸쳐 빻아 최종 쌀로 만드는 정미기의 구조로 돼 있다.

노씨가 발명한 정미기는 석발기와 현미기 원리는 기존 정미기와 대동소이 하다. 하지만 기존 정미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현미를 빻는 정미기 구조다.

일반 정미기는 현미를 넣으면 샤프트가 돌아 가고 바깥 쪽의 함석판이 현미에 붙은 쌀겨를 벗겨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노씨가 발명한 정미기는 샤프트 가운데 뚫려 있는 구멍으로 고압의 바람을 불어 넣으며, 그렇게 되면 샤프트 가운데서 바람이 나오면서 쌀겨를 깨끗하게 바깥으로 날려 보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쌀겨가 완벽하게 벼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

"이 공정을 사용하면 기존의 정미기가 열이 많이 발생해 쌀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표면도 매끄러워요. 쌀을 한번 보세요. 너무나 매끄럽지 않습니까?" 이 공정은 또한 벼에서 쌀로 도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벼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령 벼를 도정했을 경우 쌀이 얼마나 나오느냐를 수율(收率)이라 하는데 새 정미기의 수율은 무려 85%에 이른다고 한다. 쌀 1㎏을 도정하면 850g의 쌀이 나온다는 뜻이다.

반면 기존 정미기의 수율은 많아야 70%라고 한다. 그가 발명한 정미기가 얼마나 벼의 손실이 적은지 알 수 있다. 쌀맛이 좋은 이유는 더 있다.

"정미소 주변에서 생산되는 일품벼, 동진벼, 추청벼 등 밥맛이 좋은 세 가지 품종의 벼만 구입해 빻기 때문입니다. 또 이 벼들은 1모작만 하니 당연히 밥맛이 더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이 정미기를 만들기 위해 노씨는 일본의 정미소 20여 곳을 답사하면서 일본 정미기의 장점을 파악했고, 이를 정미기 발명에 반영해 최종 결과물을 내놓았다. 일본 정미기는 비싸고 한국 상황에서는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제작비가 싸면서도 성능은 동일한 '한국적 정미기'였다.

최근 들어 쌀의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구의 한 자치단체 구내식당에서 이곳에서 나는 쌀을 구입기로 하는 등 대형 소비처에서 잇따라 쌀 구입을 하고 있는 중이다.

노씨는 이 정미소를 둘째 아들에게 맡겨 운영 중이다.

그의 소박한 바람은 이 정미기가 널리 보급돼 보다 맛있는 쌀로 지은 밥이 상에 오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