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억류 직원 유모씨 석방을 교섭하기 위해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현 회장의 방북 일정이 13일로 하루 더 연장되자 12일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면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이 나왔지만 오후 7시를 훌쩍 넘기고서도 평양으로부터는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때와 같이 김 위원장과 면담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정부 당국도 초조한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전날 밤 늦은 시각까지 평양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린데 이어 12일에도 사무실에 남아 늦게라도 '좋은 소식'이 전해질까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면담이 지연되자 북한이 유씨 석방에 대한 더 많은 대가를 얻어내기 위해 '남쪽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 회장의 애를 태워 유씨 석방 교섭에 있어 북한이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유씨 문제와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풀어야 하는 현 회장으로서는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함경남도 함흥의 김정숙해군대학 현지시찰에 나선 김 위원장이 아직 평양으로 돌아오지 않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김 위원장의 김정숙해군대학 현지시찰을 보도한 시점은 12일이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김 위원장의 동선은 통상 늦게 보도된다는 점에서 개연성은 낮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나 군 부대 방문은 그 지역을 방문한 이후에 보도되기 때문에 방문 날짜가 어제인지, 그 전인지 확실치 않다"며 "현재 김 위원장의 동선이나 위치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행적이 묘연한 가운데, 13일 출발 직전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005년 평양에서 열린 6·15 남북 공동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방북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귀환하기로 한 17일 아침에서야 김 위원장과 '깜짝 면담'을 했으며, 2000년 8월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도 일정을 하루 연장한 뒤에야 함경남도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면담이 막판에 성사된다면 136일째 북한에 억류 중인 유씨는 빠르면 13일 석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