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부터 예술영화관 '씨네큐브 광화문'을 운영해 온 영화사 백두대간(대표 이광모)이 8월 31일로 극장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그 속사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씨네큐브의 건물주이자 공동운영자인 흥국생명과 실제 운영자인 백두대간이 결별 과정에 대해 완전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두 회사 간의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애초 일부 언론은 "백두대간이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백두대간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적자 운영을 한 것은 맞지만 흥국생명의 일방적 요청에 의해 공동운영에서 빠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두대간은 또 "사실상 모든 재정과 운영 책임을 떠맡고 독자적으로 운영해왔다"며 "'씨네큐브' 상표권도 무상으로 흥국생명에 이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백두대간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씨네큐브는 만성적자였나
백두대간은 "영화 부가판권 판매 등을 통해 극장 운영 적자를 메우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부가판권 시장 붕괴로 더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씨네큐브 운영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씨네큐브는 개관 이후 단 한 해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며 "증빙할 회계자료를 흥국생명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한 계약에 따라 흥국생명이 적게는 1000여 만원에서 1억여원까지 매년 백두대간으로부터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백두대간 이광모 대표(영화감독)는 "정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흑자일 수도, 적자일 수도 있다"며 "흥국에 제출한 자료상으로는 흑자였지만, 인정받지 못한 비용이 많아서 우리는 늘 적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수입·배급·마케팅하면서 드는 비용을 모두 정산에 반영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씨네큐브' 상표권 주인은
예술영화관의 대명사격이 된 '씨네큐브' 브랜드를 흥국생명에 넘긴 데 대해 백두대간은 "극장 개관과 함께 백두대간이 상표권을 등록해서 소유했으나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고 작년 흥국생명에 이양했다"고 말했다. 이광모 대표는 "애초 우리 쪽에서 극장명으로 '광화문 21'을, 흥국측에서 '씨네큐브'를 제안해 둘을 합친 것이 '씨네큐브 광화문'"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측은 이에 대해 "'씨네큐브'는 우리가 지은 이름이며 그 상표권을 우리가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씨네큐브'와 '광화문 21'을 합성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두대간이 이화여대 구내에 개관한 극장이 '씨네큐브 이화'가 아니라 '아트하우스 모모'인 이유도 상표권의 주인을 말해준다는 설명이다. 백두대간은 이에 대해 "우리가 쌓은 브랜드 가치가 소중하지만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무상으로 넘겼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의 지원규모
백두대간은 "겉으로는 화려한 극장에서 흥국생명의 지원을 받으며 여유롭게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실은 정반대였다"며 "(흥국생명 모기업) 태광그룹 일주학술문화재단의 지원은 2000년과 2001년 한시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개관 이후 지금까지 씨네큐브 임대·관리비를 받지 않았고 극장 직원 5명(영사기사 2, 매표원 3)의 인건비를 지출해왔다. 이것만 해도 연간 수억원의 지원을 한 셈이라는 것이 흥국측 설명이다. 일주학술문화재단의 지원이 개관 초기 이후 끊긴 것에 대해 흥국생명측은 "애초 연 5만명 관객을 예상했는데 20만명 가까운 관객이 들었다"며 "자립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룹 차원의 지원을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왜 결별했나
양쪽 모두 결별 이유에 대해서 명쾌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백두대간 이광모 대표는 "올해 4월 흥국생명으로부터 '나가달라'는 요청을 처음 받았다"며 "'이제 그럴 때가 됐다'는 말 외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영화관 운영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는데 마침 흥국생명으로부터 요구를 받아 '차라리 잘됐다'는 심정으로 손을 떼게 됐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8월 31일 백두대간이 떠난 뒤에도 씨네큐브는 예술영화관으로 계속 운영된다"는 입장 외에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회사 홍보실측은 "현재 씨네큐브와 관련된 입장을 누가 밝혀야 하는지 내부에서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