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6시 유나 리(Lee)와 로라 링 두 기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 버뱅크의 밥 호프 공항에 도착한 뒤 한 발언이나, 곧이어 나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서 미·북 관계나 북핵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인도주의적 임무"가 성공한 데 대해 "극도의 안도감" 표시뿐이었다.
왜 그럴까. 물론 빌 클린턴은 곧 오바마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건강, 그와 나눈 대화에 대해 디브리핑(debriefing)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핵·미북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일관되게 밝혔던, 두 기자의 석방은 "별개 이슈"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100% 기자(석방)와 관련된 방문"이라고 했고,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날 석방이 확인된 뒤 두 사안은 "별개의 사안"이며, 미국과 평양과의 관계 개선은 "그들(북한 정권)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NYT)와 CNN 방송은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순전히 (기자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 목적에 국한된 것으로 다른 얘기는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고, 북한 측은 이를 용인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NYT에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직 두 여성의 석방에 대해서만 협상할 권한이 있었다"는 말도 했다.
물론 북한 정권은 클린턴의 방문을 국내외에 드문 선전 기회로 삼고, '국빈(國賓) 방문'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맞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얘기를 건네는 모습의 사진, 평양 순안 공항에서 북한 여자 어린이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꽃을 전달한 사진, 양측이 마치 회담을 하는 양 보이는 사진을 공개한 것들이 그런 '용도'라는 것이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클린턴이 대통령 재임 시 김일성 주석의 사망에 조문 서한을 보낸 것과 관련해, 두 여성을 풀어주는 것을 "인도주의적 제스처"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미 행정부의 전(前) 관리는 NYT에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내부 기류에 밝은 고든 플레이크(Flake)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은 "여기자 사건이 해결됐다고 해서 '6자회담 복귀와 9·19공동성명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에 있는 동안에도, 필립 골드버그(Goldberg) 대북제재 조정관은 모스크바에서 이틀간 러시아 정부 관리들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1874호 이행방안을 논의했다. 또 대북 금융제재를 전담하는 대니얼 글레이저(Glaser)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러시아 민간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 은행들과 거래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모처럼 미북 관계가 해빙(解氷)될 수 있는 계기를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티븐 보즈워스(Bosworth) 대북정책 특별대표 또는 성 김(Kim) 6자회담 수석 대표가 조만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